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으로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을 비롯해 크고 작은 지진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한반도 역시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거죠.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이 77회로 집계됐습니다.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70.6회)보다 약 10%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지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엔 지진만 따로 보장해주는 지진 전용 보험은 없다고 합니다. 국내 보험상품은 기본적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는 '면책'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풍수해보험·주택화재보험·재산종합보험
하지만 보상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우선 정책상품인 풍수해보험이 있습니다. 이 보험은 지진을 비롯한 태풍과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 등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고요. 가입대상 시설물은 주택 또는 온실(비닐하우스), 소상공인의 상가와 공장 등입니다.
민간보험사 7곳이 판매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전반적인 운영을 주간하죠.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책 정책보험으로, 보험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나 지자체에서 보조해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민간보험사의 보험상품으로도 지진 피해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지진 피해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주택 붕괴인데요. 국내 보험사들은 주택의 각종 피해를 보장해주는 주택화재보험을 팔고 있습니다. 이 보험은 화재손해나 이웃집에 대한 배상책임 등 생활 속 위험을 보장해주죠.
다만 주택화재보험은 '주계약'에서는 태풍이나 폭우, 지진 등의 자연재해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진 피해를 보장하는 특약(주계약 보장내용을 보완하는 것)을 추가해 보장범위를 확대할 수 있죠.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해 지진을 대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산종합보험은 화재, 풍수해, 폭발, 지진 등 다양한 사고 피해를 보장해주죠. 하지만 주택화재보험과 재산종합보험은 모두 보험기간이 1년인 일반보험이고요.
장기보험(보험기간이 2년 이상인 보험상품)에서는 지진 특약이 구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보험기간이 1년인 만큼 이 기간 안에 사고가 발생하면 다음 해에는 인수가 거절될 수 있는 게 변수죠.
지진피해 보험금 두려운 보험사들
포항 지진으로 지진보험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연재해인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얼마가 될지 추산하기 어렵고, 또 천문학적 액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판매에 소극적이라고 해요.
애초에 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주택의 경우 25% 수준, 온실은 15% 수준에 그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 데다, 그간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판매량은 얼마 되지 않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보험사들로서는 판매 유인이 떨어지죠.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요.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 보험 의무가입 등으로 지진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변국인 일본은 지진이 잦은 만큼 화재보험에서 지진을 의무적으로 특약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요. 뉴질랜드·대만 등에서는 지진이 화재보험 내 특약이지만 의무가입하게 돼 있어서 사실상 의무보험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하죠.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진 등 자연재해와 관련된 기후리스크 대비는 전세계적인 과제로 꼽히고 있어 관련 상품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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