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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가입시키면 냉장고 준다"…'1200%룰' 유명무실

  • 2023.02.21(화) 06:04

일부 GA 1200%룰 비웃는 '판촉시책' 제시
보험사→GA→GA설계사…규제 우회해 횡행

보험업계에 이른바 '1200% 룰'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보험 계약 첫 1년간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하지만 보험사가 아닌 법인보험대리점(GA)이 소속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나, '시책(수수료 외 별도 판매격려 수당)'은 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어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대형 GA를 통해 보험설계사에게 최대 200만원 상당의 고가 가전제품을 지급하는 시책을 이달 중순까지 운영했다.

롯데손보 인(人)보험 상품판매 시 1년차에 지급하는 수수료 외에 각종 가전제품을 '보너스'로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가령 대형GA 소속 설계사가 한 달에 50만원의 보험료가 들어오는 롯데손보 상품을 판매했다면, 판매수당(1200%) 외에 시책으로 100만원(200%) 상당의 냉장고를 주는 식이다.

냉장고 등의 가전을 활용한 시책은 보험을 판매하는 대리점(GA)이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시책에 드는 비용은 향후 롯데손보가 치르기로 했다. 사실상 롯데 손보가 1400%의 판매 수당을 GA 소속 설계사에 주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소식이 번지자 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보험업법에서 규정하는 1200% 룰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롯데손보가 지난달부터 운영하던 시책 정책을 이달 중순 돌연 중단한 이유다. GA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롯데손보의 시책 운영이 1200%룰을 어겼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 소식이 금융감독원에도 들어가 시책을 결국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책을 이용한  1200%룰 규제 우회가 단순히 롯데손보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GA를 통해 보험사 별로 내건 시책 규모는 최소 700%에서 최대 1000% 이상에 달한다. 새해 판촉 경쟁에 나서면서 판매격려 수당을 높인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을 1200% 룰의 허점에서 찾고 있다. 1200% 룰은 계약 1년차 수수료와 시책을 포함한 보험 판매수수료를 12회 분 월 납입보험료 수준으로 제한하지만 적용대상은 보험사와 보험사 소속 설계사 뿐이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보험대리점은 1200% 룰 규제를 받지 않는다.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1차년도 내 지급하는 판매수당과 시책은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GA에게 룰을 초과하는 판촉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한 구멍이 생긴 것이다. ▷관련기사 : '골드바 22.5돈 줍니다' 보험 GA설계사만 웃는 이유(2022년 10월 14일)

이런 이유로 업계는 GA 소속 설계사가 받는 1~2차년도 합산 전체 모집수수료(판매수당+시책)가 월 보험료의 2000% 내외까지 치솟았다고 추산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허점을 활용한 판촉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GA 소속 설계사들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기존 관리하던 고객을 설득해 보험계약을 해지시키고 신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부당 승환'도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는 결국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업무계획에 보험설계사에 대한 우회적 모집 수수료 지급을 집중 점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제도화한 1200%룰이 시장에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법규 위반 사항은 없는지 올해 파악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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