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3.5%)와의 격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올해 한번 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시사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긴축 지속으로 향후 미 성장세가 둔화하면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더라도 사상 최대로 벌어진 한·미간 금리차로 인해 섣불리 금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 통화정책 기조가 계속 긴축적으로 갈 경우에 우리가 반대로 더 많이 갈 수 있겠냐고 할 때 제약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한국이 국내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해 금리인하를 하려고 해도 미국의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하듯이 미국 통화정책 기조에서 한국은 그리 자유롭지 않다"며 "한국은행 역시 고금리 장기화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아졌기 때문에 성장세는 미국보다 약해도 목표치를 넘는 물가 상황, 가계부채 증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긴축으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한은의 고심은 여전히 깊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기준금리의 향방은 결국 물가에 달렸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의 임무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임을 분명히 했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5%로 유지했음에도 핵심 소비자물가는 3.4%로 (기존 3.3%) 상향 조정한 점에서 보듯이 물가가 안정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물가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내놓는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을 품고 있어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 소비자들의 전망치를 나타내는 통계 지표다. 간접적으로 물가 상방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지난 7월(3.3%)과 동일했다. 한국은행은 7월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되다가 8월부터 반등해 연말까지 3% 내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1로 전월(103.2)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초부터 6개월 동안 계속 높아지다 8월 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경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안 좋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세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체감물가, 수출개선 기대 약화 등 영향으로 CCSI가 전월대비 내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100을 기준값으로 해 100보다 높을 경우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00을 하회할 경우에는 앞으로도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오는 27일에는 한국은행에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가 나온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기업경기실사지수가 기준선 밑을 하회하면 기업들의 실적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전산업 업황실적BSI는 71로 지난 7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월(69)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달 하락 전환한 BSI는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하락폭은 1월(-5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ESI 또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한 94.0을 기록했다. ESI는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 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다.
같은날 한국은행은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발표한다. 가중평균금리에는 금융기관의 수신금리와 대출금리 등의 추이가 담긴다. 최근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융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리 수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7월의 경우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3.68%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대출금리 또한 5.11%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차(예대금리차)는 한다 전 보다 0.05%포인트 축소된 1.43%포인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