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캠코 펀드에 부동산PF 채권 매각때 금융사에 우선매수권을 적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캠코 펀드의 손실을 보전하거나 이익을 공유하는 등의 '사후정산' 방식 적용을 논의 중이다.
다만 이와 관련한 '옵션'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매각 측과 매수 측의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각이 또다시 지연될 수도 있단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에서 부실채권의 원활한 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1조1000억원 규모의 캠코펀드에 매각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캠코 펀드가 채권을 인수한 뒤 되팔 때 해당 채권을 매도했던 금융기관이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당국은 부동산PF 정상화를 위해 결성한 캠코 펀드 집행이 지지부진하자 이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출범된 캠코 펀드는 대주단과 운용사 간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현재까지 집행 실적이 3건에 그치는 상황이다.
우선매수권은 PF 채권을 매각해야 하는 저축은행엔 인센티브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단순히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만으로는 매각 유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운용사들이 이를 재매각할 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 비싼 가격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존 확정가 대신 사후정산 방식도 논의
이에 따라 매각 측과 매수 측은 재매각 시 발생하는 이익을 금융사와 나누거나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 적용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당국이 우선매수권을 도입한 취지가 현재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데 있는 만큼 가격에 대한 이견을 지금 당장 해결하기보다는 캠코 펀드가 이를 재매각할 때 논의할 수 있는 옵션을 열어두자는 차원이다.
캠코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은 사후에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취지에서 언급된 내용"이라며 "큰 틀에서 이익 공유가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하겠다는 것이고 세부적으로는 건별로 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캠코는 저축은행 PF 채권을 확정가 방식으로 매입했다. IFRS를 적용받는 금융사들의 경우 사후정산 방식을 적용하면 부실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장부에 반영이 되지 않아 진성매각(True Sale)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수 있다.
확정가 방식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캠코 펀드에 채권을 매각한 이후에는 캠코 펀드가 이를 되팔 때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익을 공유받거나 손실을 보전받을 수 없다. 이 경우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캠코 펀드가 인수가격을 낮춰 부를 유인이 높아져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단 지적이 나왔다.
반면 사후정산 방식으로 거래하게 되면 저축은행들은 향후 캠코 펀드가 매입 자산을 재매각할 때 손실이 나면 이를 보전해야 하거나, 이익이 났을 때 공유받을 수 있다.
관건은 회계적으로 진성매각 논란 없이 사후정산이 가능할지 여부다. 캠코는 지난해 새마을금고 부실채권을 사후정산 조건으로 인수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새마을금고가 회계상 IFRS 적용을 받지 않는 금융사라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됐기 때문에 추진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사후정산 방식)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적용 방안 등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도인은 '환영', 매수인은 '떨떠름'
당장 PF 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도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저축은행들은 사후정산 방식 도입을 반기고 있다. 캠코가 PF 채권을 되팔 때 기존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이에 대한 이익을 공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 공유 대신 손실을 보전하는 옵션만 적용하더라도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매각 유인이 커진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이 매각가를 100억원으로 평가한 PF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면, 캠코 펀드가 이에 대해 50억원을 요구할 때 손실을 보전한다는 옵션을 달고 70억원에 이를 매각할 수 있어서다.
반면 매수 측은 사후정산 방식을 적용하게 되면 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만약 이익을 공유하는 옵션을 적용할 경우, 100억원에 매입한 PF채권이 재매각 시점에 150억원으로 평가받는다고 하더라도 이익 공유 차원에서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손실 보전 옵션을 적용할 경우에도 당장 저축은행들이 보다 높은 가격에 PF 채권을 팔 수 있기 때문에 매수 측에선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각 관계자들은 부동산PF 정상화 방안 발표 이후 신규 인수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각각의 개별 인수 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보다 구체적으로 이같은 사항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캠코 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우선매수권이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오히려 매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도 우선매수권을 적용 범위나 적용 옵션 등에 대해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라며 "사후정산방식이나 우선매수권이 각자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경우 옵션을 택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