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전직 회장 부당대출이 발생한 우리금융을 향한 칼날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직 회장때 있었던 일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현 경영진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보고도 안했고 자체감사 및 사후대응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심지어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조하는 시점이었지만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된 만큼 엄정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런 사태의 발단이 됐던 전 회장 뿐만 아니라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늑장 대응한 현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관련기사: 이복현 "임종룡·조병규 부당대출 몰랐다 말 안돼…누군가 책임져야"(8월25일)
금감원, 우리금융 부당대출 대응절차 '미비'
금융감독원은 25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적발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우리금융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특정 영업본부장 취급 여신이 부실 여신 검사 대상으로 지속 통보됐고 여신감리 과정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은 해당 대출을 취급한 영업본부장이 퇴직한 이후에서야 자체감사에 착수했다는 게 금감원의 조사 결과다.
아울러 자체감사 결과를 즉각 금감원에 보고했어야 하는데, 제보 등에 따라 금감원이 먼저 사실관계 요청을 하고 나서야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공시의무 역시 지키지 못했다고 봤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건을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이뤄진 자체감사와 4월 자체징계 과정 등을 거쳤다는 점을 미뤄봤을때 올해 4월에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봤다.
현재 은행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을 파악했을 경우 이를 즉각 금감원에 보고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사고 공시를 했어야 했는데, 우리은행이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작년 하반기 가을 정도 즈음에 현 은행장 등을 비롯한 은행 임원진들이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를 받은 부분을 확인했다"라며 "사후적으로 들여다보니 은행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라고 꼬집었다.
이복현 원장, 임종룡·조병규 책임론 정조준
금감원은 현 경영진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복현 원장은 "전 회장과 매우 가까운 친인척에 대한 대출이었기 때문에 은행 내부 의사결정 관여하는 사람들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지적했다.
이어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이 취임한 이후 2년 가까운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감사나 검사 과정에서 알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역시 "지난해 9월과 10월 여신감리부는 전직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라며 "지주 경영진은 늦어도 지난 3월 감사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파악했다"라고 부연했다.
현 경영진들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판단인데, 이에 따라 CEO를 포함한 최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을 가동해서 우리금융의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부적정 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