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축소 여파로 2금융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달 들어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한 보험업계에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을 잘 관리하라'는 취지의 당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보험사들도 수면 아래서 대출 제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주부터 주요 보험사와 관련협회에 주담대에 대한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고, 대출 관리 대책을 좀 더 촘촘히 세워달라는 등의 사실상 구두 지도를 하고 있다. 은행에서 꽉 막힌 대출 수요가 보험사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대출 규제로 문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2금융권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옮겨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8000억원 증가했다. 월별 증가액 기준 2021년 7월(15조3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감소세를 이어오던 2금융권 가계대출이 상호금융권(1조원 감소)을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증가 전환했다. 6~7월 마이너스(-)였던 보험사 가계대출이 지난달 3000억원 늘어났다.
금융당국의 은근한 압박에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은 대출 회피 경쟁에 한창이다. 티 나는 금리 조정 대신 조용히 각종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지만 그렇다고 당국에 맞서 대출을 마냥 늘리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근 A보험사는 이미 11월까지 대출분이 모두 소진된 상태다. 이 보험사에서 주담대를 받으려면 12월 이후 실행 물량을 기다려야 한다. 생활안전자금 한도도 최대 2억까지만 가능케 제한을 뒀다. 대환대출도 막았다.
B보험사는 수도권 지역에만 대출을 해주고 있다. C보험사는 사업자대출 대환(갈아타기)을 제한하고 유주택자에겐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독기관으로서 보험사들과 일상적인 업무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이라며 "전 업권 협회를 통해 대출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