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규제 도입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며 향후 증가 폭을 살펴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추가 조치 기준에 대해선 정량적 요인과 정성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3년 전 대출총량 규제 등도 논의 대상이 될 순 있지만 대출 창구가 막히는 상황은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현안을 비롯해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를 비롯한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가계부채 추가대책, 신중히 검토
우선 김병환 위원장은 취임 전후 언급했던 4가지 현안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PF 연착륙과 가계부채,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과 2금융권 건전성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에 대해선 최근 논란인 은행별 대출 취급 기준과 관련해 은행 자율에 맡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은 대체로 동의하는 가운데 실수요자에 대해선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실수요자를 정부가 정의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정의하는 순간 모든 은행에 대해서 대상 고객은 대출을 받지만 대상이 안되면 대출이 막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경영계획과 리스크 상황을 감안, 은행이 자율적으로 현장 수요를 반영해 움직이는게 실수요자에게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달부터 적용되고 있는 스트레스 DSR 2단계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DSR 산정 시 가산금리의 75%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작됐고 수도권은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를 제어하고 있는 가운데 첫 5영업일 기준으로는 1조1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가계대출 관리 방안 도입 초기라 향후 증가 폭은 더 지켜봐야지만 효과는 나오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추가 조치는 상황을 보고 판단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조치에 대한 판단 기준은 가계대출 증가 폭 등 정량적 요인과 증가 원인 등 정성적 요인을 종합해 판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정량적 기준만으로 조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정성적 요인과 함께 종합적으로 보겠다"며 "정성적 요인은 가계대출 항목 별로 어떤 요인으로 인해 증가했는지를 보고 준비한 조치를 적용했을 때 어떤 영향과 부작용이 있을지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자극과 가계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정책금융에 대해선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이견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금융당국과 국토부가 이견이 없는 부분은 무주택 취약계층 주택매입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이 있고 대상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부분"이라며 "다만 늘어나는 속도와 관련해선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면 제어하겠다는 점을 부처 사이에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기대…연내 제4인뱅 인가 절차
김병환 위원장은 취임 때 가계부채와 함께 제시한 과제들 중 부동산 PF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부실우려 사업장을 신속히 재구조화하고 경공매를 통해 정리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PF는 사업성 평가 1차 부분을 마무리했고 정부가 예상한 범위 수준의 부실우려 사업장이 나와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실 사업장은 조속히 정리하고 정상 사업장으로 평가된 곳은 현장 애로사항과 자금공급을 밀착 모니터링해서 더 빨리 사업이 진행되도록 관계부처와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새출발기금 요건 완화를 통한 확대 공급으로 지원하고, 은행권에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차주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점도 밝혔다.
2금융권 건전성에 대해선 연체율은 오르고 있지만 자본비율고 건전성 등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개별 금융사에 대한 리스크는 정해진 제도 안에서 금융 시스템에 영향이 없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 시작을 꼽았다. 현재 은행권 경쟁도 평가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결과를 바탕으로 11월까지 심사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예비인가 신청 접수 등 관련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국내 은행들의 경쟁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지난해 은행업 경쟁 제고 방안에서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를 포함했다"며 "은행 경쟁이 필요하고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도 이제 절차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야에 특화된 인터넷은행을 만들 것인지는 인가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더 분석하고 의견을 듣고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