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 범한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미세조정에 나설지 관심이다. 특히 이번엔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정책모기지가 포함돼 있어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과 은행들의 자체적인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이달 들어 증가 폭은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금리인하 기대감 등 불씨가 남아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모기지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가계부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묘수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보금자리론 줄었지만…신생아 특례대출 영향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중 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4조2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보금자리론은 2조2000억원 감소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공급한 보금자리론은 7월말 기준 3조원이다. 금융위 집계 기준 보금자리론이 감소한 것은 신규 공급보다 상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올 초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보금자리론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이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해 집값을 올리고, 동시에 가계대출을 늘리는 결과를 야기했던 만큼 올해는 정책금융 공급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특히 올해는 디딤돌과 버팀목대출 등을 포함해 정책금융은 40조원 정도를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그림 아래 보금자리론은 '10±5조원'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만 보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적은 숫자를 공급하고 있다. 오히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보금자리론 금리가 더 높은 까닭이다.
주금공은 9월 보금자리론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청년과 신혼가구 등 우대금리 혜택을 제외하고 '아낌e-보금자리론' 만기 30년에 적용되는 금리는 4.15%이다. 시중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85~5.4% 선에 형성돼 있다.
보금자리론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정책금융이 가계부채 급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중심으로 디딤돌대출 등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6개월 동안(7월 기준) 신청액은 7조2252억원, 이 중 주택매입을 위한 디딤돌대출이 5조4319억원이었다. ▷관련기사: 집값 끌어올린 범인, 신생아특례대출일까 아닐까?(9월15일)
금리로 속도조절?…정책금융 목적 살릴까
정책금융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민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공급 중단 시 서민 주거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정책금융 상품 공급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정책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관리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금융당국과 국토부 이견이 없는 부분은 기존 무주택 취약계층 주택 구입 지원이라는 정책금융의 목적이 있다는 점"이라며 "다만 늘어나는 속도와 관련해선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면 제어해야 겠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인위적인 공급 조절이 아닌 금리 인상을 통해 자연스레 수요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크게 늘자 뒤늦게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지난 달 디딤돌·버팀목대출을 소득 구간별로 0.2~0.4%p 인상했다. 디딤돌대출(일반) 금리는 2.65~3.95%, 버팀목대출은 2.3~3.3%이다. 이전보다 금리를 높였음에도 보금자리론뿐 아니라 시중은행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낮다. 부동산 시장 기대감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지속된다면 자격요건을 갖춘 서민을 중심으로 디딤돌대출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정책금융 공급 규모의 점진적 축소를 위한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책금융을 이용하려는 서민들이 많아 갑자기 중단하기보단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복잡한 자격요건 등 상품을 단순화하고 대출한도 조정, 집값 기준 강화를 비롯해 공급 기한을 정하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여 혼란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