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부지급으로 논란이 됐던 발달지연 치료가 이번엔 부실 진료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성형외과·피부과 등이 부설 기관을 설치하고 비급여 치료를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의사면허를 대여해 보험사기에 가담한 일당들도 속속 발각되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신당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의료기관이 부설아동발달센터를 개설하고 부실하게 진료한 뒤 과도한 진료비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부실 치료에 비용은 '어마어마'
김선민 의원은 "부설 센터를 개설한 의료기관 중 최근 3년간 아동발달 검사 관련해 심사평가원에 건강보험을 청구한 기관은 1곳뿐"이라며 "이들 의료기관의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대부분 아동발달검사와는 무관한 성형외과 전문의"라고 밝혔다.
물론 현행법상 진료과목 이외도 진료가 가능하다. 김 의원이 특히 문제로 꼬집은 건 부실한 치료 후 과도한 비용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이에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의료기관 부설 아동발달센터에 대한 실태조사를 약속했다.
실제 발달지연 아동을 치료한 것처럼 꾸민 보험사기도 잦다. 부산지법 형사7부는 최근 무면허로 진료하고 수십억원의 의료급여 및 보험금을 챙긴 일당에 유죄를 선고했다. 병원장 A씨는 징역 3년6개월, 공범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병원 개설에 가담한 의사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사무장 병원에 의사면허를 대여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명은 벌금형 및 징역 6개월~1년, 집행유예 1~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A씨 일당은 2021년 1월~2023년 2월 부산 등지에 소아청소년과의원 부설 언어발달센터를 세웠다. 이후 의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진료한 것처럼 꾸며 보험사를 상대로 17억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재판부는 "보험사기 범행은 합리적인 위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 목적을 해치고, 다수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한다"며 "특히 보험사들은 피해 대부분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급 보험금 급증…보험사기에도 취약
보험업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 청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발달 지연 아동이 늘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0~36개월 아동의 발달지연율은 17.2%로 이전(16.2%)보다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 발달지연 위험이 각각 21%, 15% 올랐다.
이에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 지급액 역시 급증했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의 2020년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382억원이었지만, 2023년 1521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문제는 발달지연 아동 대상 놀이·미술·음악치료에 관한 국가자격증이 개설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민간자격증을 가진 치료사나 임상심리사 등의 치료의 적정성, 효과 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관련 기사: 4년 새 4.5배↑…현대해상, 발달지연 실손 보험금 부지급 이유?(5월28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유지하게 되면 결국 보험사기를 노리는 사무장 병원 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에 비싼 치료를 감내하게 되고, 보험사 역시 부담을 지게 되는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