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향한 이재명 대통령의 "손쉬운 이자장사" 비판을 시발점으로 금융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을 강조했는데, 금융권에선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AI(인공지능) 등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나 자금중개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각 금융협회는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생산적 금융을 어떻게 현실화할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특히 보험업계에선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혁신 기업에 대출 확대할 듯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 협회장들과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과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관련기사: "이자놀이" 대통령 경고에 '화들짝'…금융권 '생산적 금융확대'(7월28일)
금융당국의 이 같은 주문에 금융권에선 혁신산업(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벗어나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 등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전체 대출 자산에서 절반 가량이 가계대출인 은행권 뿐 아니라 보험사, 서민금융 공급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 역시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공급 계획을 축소한 은행권에선 혁신기업을 비롯한 기업대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기업에 대해선 금리 지원 등을 통해 자금중개(대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육성하는 AI 등 중점산업에 자금이 들어가도록 더 많이 대출하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성장기업에 대해선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확대하는 등 전략을 새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 고민거리 더해진 보험권
생산적 금융에 대해 보험권에선 자본 건전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를 늘리겠다고 방향을 설정했다.
보험사들은 보험수익과 함께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 투자수익이 주된 수익원이다. 대다수 보험사는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위해 국채나 높은 신용도의 회사채에 주로 투자한다.
실제 생명보험업계 맏형 격인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채권이 54.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감안하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방향성은 잡았지만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처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자본 건전성 관리와는 배치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도 대출을 공급하고 있어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여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며 "투자와 관련해선 위험계수 등 규제 개선이 동반돼야 혁신기업에 대한 공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것은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인데 보험사 입장에선 자산·부채 관리(ALM)를 위해 장기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국내 생산적인 장기투자처가 있을지 고민"이라며 "혁신기업 투자는 건전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보완장치에 대한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 위험이 큰 혁신·벤처기업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라며 "생산적인 장기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보험사들이 혁신기업을 보증해주는 보증보험 상품을 판매, 해당 기업에 은행권 대출을 쉽게 해주는 것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