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 방안 중 하나로 금융사에도 피해 배상책임을 묻기로 했다. 국민 개개인의 주의·노력만으로 효과적인 피해 예방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사도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이 있는 주체인 만큼 피해액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배상토록 하는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보이스피싱 근절 '올인'…피해액 일부 혹은 전부 금융사가 배상(8월28일)
관건은 금융사가 피해 배상을 어디까지 책임지느냐다. 금융당국은 영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금융권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배당 요건과 한도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선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방안을 강화하는 것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피해액의 전부를 배상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영국, 송금·수취 은행이 절반씩 배상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TF는 어제(28일)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법제화를 통해 금융사도 피해액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배상토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사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영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영국에선 보이스피싱 같은 APP(Authorised Push Payment) 사기 피해자에 대한 금융기관 손실 배상 의무를 법으로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APP 사기는 은행이나 경찰 등 기관을 사칭해 피해자가 돈을 직접 송금하게 하는 행위다.
APP 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송금한 은행과 돈을 받은 계좌의 은행(수취은행)이 사기 피해금액의 각 50%를 분담한다.
금융당국은 영국 등 해외 사례는 국내 금융시장과 여건이 달라 참고는 하되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국가 제도의 특·장점을 활용해 제도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일부 혹은 전부' 부담 더해진 은행권
국내 금융권의 피해 배상과 관련해선 이제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배상 요건과 한도, 절차 등은 금융업권과 긴밀히 논의하고 허위신고나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당국과 피해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공유 방안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사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해 구제를 어디까지 할지 금융사의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금융권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배상 방식과 요건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법제화 계획을 발표한 만큼 마냥 늦추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라며 "충실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금융당국은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마련해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비밀번호 위·변조에 따른 제3자 송금·이체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배상이 이뤄지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만큼 은행 입장에선 법제화를 통해 배상 범위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의 일부 혹은 전부를 금융사가 배당토록 한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법제화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은행이 책임져야 할 범위가 어느 수준일지는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금융사가 피해액 전부를 배상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