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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빚투 자화상

  • 2026.06.30(화) 08:00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기대감 커진 개인투자자
부동산대출 막히자 먹거리 혈안 금융사엔 기회
'빚내서 집'의 교훈…증시와 가계부채 균형 과제

"고소득자들이 대출 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에요"

최근 한 금융사 직원이 전한 현장 분위기다. 은행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등에 고소득층의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고소득층'이 몰린다는 것은 중저신용자들의 생활자금보다는 증시 투자 목적의 '빚투'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방증 한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금융사들의 관련 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도 이러한 투자 열기를 키운 배경으로 거론된다. 특히 지난해 권대영 금융위원장의 빚투 발언은 빚을 내서 주식 투자 하는 것을 사실상 용인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빚투도 그동안은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적정한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한국은행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이른바 '초이노믹스'에 힘을 실었다.

당시에는 이를 '빚 내서 집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후 가계부채는 급증했고 집값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빠르게 부동산으로 이동했고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즈음부터 급격한 집값 상승기로 이어졌다.

물론 과거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빚내서 집을 사는 건 안되지만 주식 투자는 괜찮다는 인식을 자리하게끔 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후 국내 증시의 급격한 상승을 확인한 투자자들에게 트리거로 작용했을 수 있다.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빚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을 누르면 인터넷은행으로, 이어 카드 저축은행 보험 등 2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가 상승 과정에서 신용융자·신용미수 등 직접 주식매수로 이어지는 차입과 레버리지 ETF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지난해 4분기 이후 증가폭이 확대된 가계 기타대출의 상당 부분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9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43조2534억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2704억원 증가했다. 현금서비스 잔액도 6조5038억원으로 전월 대비 3073억원 증가했다.

올 1분기 말 보험사 가계대출 잔액은 13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약관대출 잔액은 71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000억원, 전년 말보다는 7000억원 늘었다. 

2금융권 대출 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지자 금융당국도 부랴부랴 관련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카드사와 보험사 등을 잇달아 소집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커진 기대감, 부동산관련 대출이 막히면서 먹거리 찾기에 혈안인 금융회사들, 자본시장 활성화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당국이 만들어 낸 모습이기도 하다.

증시가 호황일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개개인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개인은 물론이고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대한 경고음이 필요한 시기다. 금융당국자의 입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큰 지도 다시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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