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페인트그룹의 사주가 3대 승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의 존재감을 점점 끌어올리고 있다. 연쇄적으로 지주사 지분을 넘겨준 데 이어 이번에는 IT 전문가를 영입해 공격적으로 볼륨 확장을 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주 지분 매각 이어 전문경영인 영입
13일 노루페인트그룹 계열 디아이티(DIT)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최중호(63) 전 현대정보기술 상무를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동일씨아이엠, 현대전자를 거쳐 현대정보기술에서 Biz컨설팅사업단장, 경영지원부문장, 전략사업부문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로 DIT는 2019년 4월부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한원석(38) 노루홀딩스 부사장과 함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고(故) 한정대 창업주의 장손이다. 2대 경영자 한영재(69)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자 자타공인 후계자다.
한 부사장은 DIT의 주인이기도 하다. 2019년 개인 자격으로 직접 인수해 현재 97.7%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원래는 큰고모 한현숙(76)씨가 1대주주(91.48%)로서 경영해 왔던 곳이다. 이외 2.3%는 자사주다.
따라서 DIT의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 영입은 사업 볼륨을 키워 가업승계를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DIT가 노루페인트그룹의 3대 승계를 위한 디딤돌로 이용하고 있는 SI업체이기 때문이다.
DIT는 최근 들어 존재감이 부쩍 부각돼 왔다. DIT는 현재 한 회장(27.94%)에 이어 지주사 노루홀딩스 지분 7.14% 단일 2대주주다. 한 회장이 2022년 5월 4.51%(70억원), 작년 10월 2.63%(38억원)를 매각한 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한 회장이 DIT를 향후 지분 대물림용 우회장치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한 부사장은 홀딩스 지분이 3.75%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회장의 DIT를 대상으로 한 연쇄적인 지분 매각을 통해 한 부사장은 10.89%를 직접적인 영향권에 두고 있는 상태다.
주목받는 한원석→DIT→R&C 우회승계 장치
게다가 주력사 노루페인트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내부 IT일감을 활용해 DIT의 기업가치를 키우고 있다. 즉, DIT는 그룹사들의 IT 솔루션 및 시스템관리(SM), 유지보수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DIT는 작년에 매출(별도기준) 8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81%가 계열 매출이라고 볼 수 있다. 노루홀딩스의 작년 연결재무제표상에 DIT에 대한 ‘기타 지출’로 잡혀있는 액수가 73억원에 달해서다. 아울러 2020~2022년에도 50%~60%대의 높은 계열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DIT는 알짜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한 부사장의 개인 회사가 된 뒤 2020~2023년 매출 90억원 안팎에 영업이익으로 적게는 18억원, 많게는 25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이 19%~28%나 된다. 총자산 224억원에 자기자본은 182억원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다. DIT는 도료용 수지 및 자동차용 접착제 업체 노루알앤씨(R&C)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20년 8월 편입했다. 역시 내부거래가 적잖은 곳이다. 즉, 노루케미칼로부터 수지를 들여와 도료 계열사들에 판매하는 게 주된 일이다.
작년만 보더라도 노루R&C의 계열 매출이 43%를 차지했다. 매출 618억원 중 262억원이 그룹사로부터 나왔다. 2021년 이후 영업이익 20억원대에 이익률은 4%대다. 특히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DIT에 배당으로 풀고 있다. 2020년 이후 10억~30억원 총 80억원에 달한다. 이러고도 총자산 217억원에 이익잉여금이 59억원 남아있다.
바꿔 말하면 오너 3세 한 부사장(97.7%)을 정점으로 DIT(100%)→노루R&C로 이어지는 계열 구조는 간판 주력사 노루페인트 등 계열사들의 지원 아래 3대 승계 지렛대로서 활용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