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SK그룹 주요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가운데 유일하게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성장했다.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의 판매호조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정제마진 악화와 석유제품 가격 하락, 원화강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SK텔레콤은 영업정지에 따른 마케팅비용 감소로 2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상반기 누적으로는 전년보다 감소했다.
이로 인해 SK 주요계열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SK하이닉스 상반기 영업익 2조원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141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1조572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1조83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반기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연 것이다. 매출액은 7조665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4.2%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은 주력 제품인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 증가에 따른 것이다. 2분기 D램의 평균가격은 전분기보다 5% 하락했지만 20나노급 공정기술 비중 확대로 출하량이 계획보다 13% 증가했다. 낸드플래시 판매가격도 1분기에 비해 19% 떨어졌지만 공정기술 비중 확대와 모바일 제품 수요가 회복되며 출하량이 54% 늘었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의 경우 PC와 서버용 D램의 안정적 수요, 신규 모바일 기기 출시와 중국 LTE 시장 확대로 견조한 수급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모바일 제품 중심의 수요 증가, PC용 SSD 시장 성장으로 수요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 이노베이션 적자...그나마 나은 텔레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503억원을 떠안았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한 16조4937억원, 순손실도 231억원이나 된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83.9% 감소한 1754억원, 매출액은 4.5% 줄어든 33조3717억원에 머물렀다.
석유사업에서 정제마진 악화와 환율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로 2149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이 컸다. 또 화학사업의 주요 제품인 파라자일렌(PX) 마진 축소로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77.2% 줄어든 510억원에 그쳤다.
SK텔레콤은 마케팅비용에 울고 웃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7.6% 감소한 2524억원에 그쳤다.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져 마케팅비용으로만 1조1000억원을 지출했고 통신장애 보상비용도 지급한 탓이다. 반면 2분기에는 영업정지에 따른 마케팅비용(8250억원) 감소로 예년 수준인 54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상반기 누적으로는 전년보다 15.9% 감소한 7985억원에 그쳤다.
이와 함께 SK커뮤니케이션즈는 2분기 38억원의 영업손실로 11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적자액만 1039억원이다. 다만 작년 상반기보다 적자규모는 85억원 가량 줄었다.
SK네트웍스는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5.7%, 12.7% 감소한 451억원, 5조509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1.7% 개선된 864억원, 매출액은 9.0% 감소한 11조5979억원이다.
◇ SK하이닉스 의존도 심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대부분 뒷걸음질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의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3조5462억원이다. 이 중 SK하이닉스의 비율은 40%였다. SK이노베이션 31%, SK텔레콤 27%로 특정 계열사에 치우치지 않았다.
이들 계열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3조2015억원으로 작년보다 3400억여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67%는 하이닉스가 차지하며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SK텔레콤은 전년보다 2%포인트 줄어든 25%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SK이노베이션은 26%포인트 급감한 5%에 불과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타 계열사들은 성장 전망도 어두워 하이닉스 의존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사업에서 마진 회복이 힘들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수출처에서의 수요가 좀처럼 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원유 정제 가동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 역시 하반기 전체적으로 550만톤 규모의 신규설비 가동이 예정돼 있어 가격 상승은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 역시 통신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데다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이에 따라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업구조 개편 등 근본적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