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가 고효율·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상용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태양광, 2차전지 등에 밀려나기도 했지만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만드는 신재생에너지다. 소형발전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료전지는 기존 전지와 달리 수소 연료가 공급되면 영구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연료전지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이 높다는 것이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을 이용하면 고효율 발전이 가능하다. 일반 가스터빈발전기 효율이 40% 수준인데 비해 연료전지는 배출열까지 활용하면 80%에 달한다.
또 타 연료에 비해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무공해 에너지 기술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연료전지의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석탄화력 발전의 1/38, 1/3 수준이다. 소음도 거의 없다.
▲ 자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만드는 발전시스템은 연료개질(改質)장치, 연료전지 본체, 전력변환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연료개질장치는 수소를 함유한 일반연료(LNG·LPG·메탄·석탄가스 등)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와 물, 열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료전지 본체다.
전력변환장치는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직류전기를 교류로 변환시킨다. 여기에 연료전지에서 생긴 열과 연료개질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하는 장치가 부수적으로 필요하다.
연료전지는 작동 온도와 주연료의 형태에 따라 알카리형(AFC)과 용융 탄산염형(MCFC), 고체 전해질형(SOFC), 고분자 전해질형(PEMFC) 등으로 나뉜다. 이 중 PEMFC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MCFC의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PEMFC와 MCFC가 개발·보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SOFC에 대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SOFC는 고온 활성이 높아 저가의 촉매 사용이 가능하고, 반응 속도가 빨라 촉매나 연료 선택의 폭이 넓다. 건물용, 발전용 등 규모가 큰 경우에 활용할 수 있다.
용도별로는 건물용과 주택용,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수송용, 캠핑 제품 등 휴대용 충전 용도인 휴대용, 정부정책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분산 발전에 따른 규제용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건물용과 규제용,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 일본이 주도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후지경제는 오는 2025년 전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를 66조1781억원으로 추정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이 30.3%인 20조356억원을 차지한다.
일본은 지난 2009년부터 주택용 연료전지 ‘ENE-FARM’(주택용 연료전지의 일본명)의 판매를 시작해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연료전지 제조사인 JX(ENEOS)는 2020년 ENE-FARM 연간 판매량을 60만대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이후 가정용 연료전지 목표 가격을 공장도 기준 8000달러선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건물용 보일러 대체 시장으로 연료전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건물용 보일러를 대체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양산, 2015년까지 연간 2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PEMFC, DMFC 기술을 이용한 백업 전원용, 자재 취급용, 휴대 전원용을 기반으로 초기 연료전지 시장이 형성됐다. 가정 및 상업용 연료전지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는 가정용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세금 공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연료전지에 대해선 2016년까지 0.5kW 당 500달러를 공제해 준다.
◇ 두산, 인수합병으로 시장 진입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1420억원이다. 2015년 2470억원, 2025년에는 2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 포스코에너지는 미국의 퓨얼셀에너지(FCE)와 기술제휴를 통해 연산 100MW(메가와트) 규모의 MCFC 스택(핵심설비/cell 적층설비) 제조공장을 준공했다. 스택은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부품이다. 연료전지 원가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고부가 제품이다.
포스코에너지는 FCE로부터 MCFC 주요 기술을 인수해 발전용 연료전지를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SOFC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SK와 LG그룹도 각각 2015년과 2016년 발전용 연료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효성은 탈수소 공법을 통한 프로필렌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수소로 연료전지를 만들고 있다. 2012년에는 기존 부품 대비 40% 정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연료전지 부품인 듀얼 셀 스택(1KW급)을 개발했으며 작년에는 울산에 준공된 연료전지 테마파크 ‘수소타운’에 10KW급 연료전지를 공급했다.
두산은 성장 가능성이 큰 건물용과 규제용,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주택용 연료전지 생산 업체인 '퓨얼셀파워'를 합병한데 이어 미국업체인 ‘클리어엣지파워’도 인수했다. 클리어엣지파워는 건물용 및 규제용 연료전지 기술에 강점이 있고, 미국 시장의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퓨얼셀파워는 주택용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자료: 두산 |
◇ 수소 스테이션 등 인프라 구축 필요
연료전지의 기본 원료는 수소다. 연료전지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수소 스테이션(충전소) 등 수소 관련 인프라와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수소 스테이션은 주유소나 가스충전소처럼 수소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수소 제조장치가 설치된 곳이다.
서울 상암동 수소 스테이션의 경우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수소연료를 만든다. 우리나라는 현재 12개의 수소 스테이션을 갖고 있지만 상업용은 아니다. 대부분 수소연료 기술 개발과 연구 등을 위한 실증사업 용이다. 현대차의 경우 수소연료 자동차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자체투자를 통해 수소 스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건물용과 주택용 연료전지는 도시가스관과 연결, LNG와 LPG 등을 연료로 사용한다. 개질장치를 통해 수소연료로 전환시켜 이를 연료전지에 공급하기 때문에 수소 스테이션과는 관계가 없다.
일본은 2009년부터 가스회사와 석유회사, 자동차 회사, 에너지 및 인프라 구축 관련회사가 수소 스테이션 운영 및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23곳의 수소 스테이션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69곳을 운영 중이며 54곳을 건설 중이다. 유럽은 126곳의 수소 스테이션이 건설돼 90곳이 운영되고 있다. 독일이 가장 많은 32곳을 운영중이며 덴마크 13곳, 노르웨이 5곳, 이탈리아 6곳 등이다.
김선동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은 “수소 인프라 구축이 동반돼야 연료전지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며 "수소연료 자동차나 연료전지 시설을 만들어도 수소 스테이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나서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까지 연료전지 분야에 투입된 자금은 정부 4444억원, 민간 3556억원 등 총 8000억원이다.
정부는 연구개발비용으로는 연간 30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또 가정용 및 건물용 연료전지 설치비용의 75% 정도를 보조해 준다.
▲ 국내 수소 스테이션 현황(자료: 산업통상자원부, 2014.04.16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