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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항공사 시대]①조원태 회장 숙원 종착지 왔다…통합 로드맵은

  • 2024.12.03(화) 06:50

여객·화물 독과점 해결…美 승인도 문제없어
2년간 각자 브랜드 운영하며 통합 집중 예정
아시아나 마일리지 전환비율 초미의 '관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그래픽=비즈워치

다음 달이면 우리나라에서 세계 10위권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이듬해인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밝힌 지 4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사실상 기업결합의 마지막 관문이자 가장 높은 벽이던 유럽연합(EU)의 최종 승인까지 따내면서 향후 양사의 완전한 통합까지 남은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회사의 합병은 경영적 의미의 합병을 넘어 국내 항공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U 큰 산 넘은 조원태號, 미국 문턱 걱정없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일지./그래픽=비즈워치

대한항공은 지난달 28일 EU의 기업결합 최종 승인에 따라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모두 얻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EU의 심사 경과를 함께 살펴 온 미국 법무부(DOJ)가 조만간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이 제기한 독과점 우려에 대해 이를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경쟁 제한 우려를 산 미주 5개 여객노선(뉴욕·LA·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시애틀)의 슬롯 일부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프레미아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노선뿐 아니라 에어프레미아의 미국 노선 운영에 필요한 항공기와 인력 등을 약속하고 장거리 운항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화물 사업의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부문을 에어인천에 매각해 승인 조건을 충족했다.

DOJ는 타국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합병을 반대할 경우에만 독과점 소송을 제기해 의사를 표명한다. DOJ는 지난달 말 대한항공으로부터 EU의 기업결합 승인 내용을 보고 받았으며 두 항공사 합병에 대해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승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그간 조원태 회장은 늘어지는 심사 지연에도 기업결합에 대한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지난해 6월 EU가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기업결합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흘러나왔다. 당시 조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키겠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강한 의지를 밝히며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론을 잠재웠다.

통합항공사 마일리지, 더 불리하게 못 바꾼다

그래픽=비즈워치

대한항공은 양사 결합 단계에서 소비자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의 승인을 얻어 시행해야 한다. 이때 마일리지 제도는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양사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되는 2년 뒤부터이며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통합된다. 그전까지 아시아나항공이 독립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현재와 같이 양사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제 막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만큼 통합 항공사에 대한 마일리지 전환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대1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서다.

대한항공 측은 "고객에게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2년간 조직문화 통합과 인력 교류 등에 역량을 집중해 합병이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이후 적용할 통합 기업 이미지(CI)와 기체·유니폼 디자인 등도 고민 중이다.

아시아나 간판, 2년 뒤 내려간다

대한항공은 내달 중으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를 모두 마치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총 1조50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8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거래를 종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확보하게 된다.

이후에는 약 2년간의 독립 운영 기간을 두고 마일리지 통합 등의 화학적 결합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완전 흡수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간판을 내리게 된다. 

/그래픽=비즈워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최종 합병 시 통합 항공사는 단순 합산으로 단숨에 글로벌 10위로 뛰어오른다.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여객기 135대·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80대(여객기 68대·화물 12대)를 합쳐 총 238대로 늘어나게 된다.

몸집도 크게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매출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통합항공사의 매출은 21조1000억원(대한항공 14조6000억원·아시아나항공 6조5000억원)에 달한다. 통합 자산 역시 42조8000억원(대한항공 31조원·아시아나 11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진다. 현재 대한항공 자산 규모보다 약 38% 확대된 수준이다.

부모 잘 둔 진에어, LCC 1위로 올라선다

사진=진에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회사가 되면서 양사 산하의 LCC들도 한 집 아래 살게 된다.

대한항공 계열의 LCC 진에어는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통합 LCC의 맏형이 된다. 통합 진에어는 단숨에 국내 LCC 1위 사업자 제주항공을 넘어 업계 1위에 등극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제선 기준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058만명이다. 이는 1위인 제주항공(714만명)과 2위 티웨이항공(544만명)의 수송 실적을 합친 수준이다. 또 아시아나항공(976만명) 여객 수보다도 많다.

3개 LCC의 노선이 동남아, 일본 등 다수 겹치는 만큼 노선 포트폴리오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통합 LCC 탄생으로 현재 LCC 경쟁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3사 통합을 위해서는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심사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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