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거품이 결국 터졌다.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양플랜트 물량을 수주했다. 해양플랜트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기린아’에서 ‘문제아’로 변한 것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3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59억1000만 달러에 비해 78.3% 감소한 것이다. 반면 발전, 오일·가스 등 육상플랜트 수주는 전년 동기(303억 달러)보다 30.4% 늘어난 3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한 것은 오일메이저들의 발주가 줄어든 데다 국내 조선사들이 선별 수주로 돌아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오일메이저들은 원유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자 해양플랜트 발주를 줄이고 있다. 세계 원유시장은 경기 침체로 중국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셰일오일·가스 생산을 본격화하고 중동지역의 공급량도 안정되면서 공급 초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시작된 내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1~5월 평균 332만 배럴)은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도 꾸준히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해저 시추를 통한 원유 생산이 주춤해진 상황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3~4년간 수요가 줄어든 상선을 대신해 해양플랜트 수주에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었다. 마구잡이 저가 수주로 애초부터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경험과 기술 부족으로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해양 플랜트는 설계·건조 공정이 표준화 돼있는 상선과는 달리 건조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이를 감안하지 않고 덤핑 수주를 한 것이다.
지난 2분기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실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0년 계약 당시 현대중공업은 건조 비용을 12억 달러(1조2300억원)로 추정했지만 현재 비용추정치는 22억 달러(2조5000억원)로 급증했다. 두 차례 설계가 바뀌면서 납품 시기도 작년 7월에서 올해 하반기로 변경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를 수주해도 핵심 부품의 70~80%는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고, 수익이 많이 남는 기본설계 등은 외국 업체가 수행하기 때문에 공기를 맞춘다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며 “해양플랜트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수업료를 치러야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해양플랜트 수주액
2010년 88억 달러
2011년 176억 달러
2012년 217억 달러
2013년 181억 달러
2014년 3분기 34.5억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