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시한폭탄이 차례로 터지고 있다. 손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메가톤급이다.
드러난 것만 현대중공업 3조원, 삼성중공업 5000억, 대우조선해양 2조원이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 부실도 수조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주 산업의 경우 공사를 마무리 할 때 손실 처리(인식)를 하는데 지난 2013년, 2014년 수주한 물량의 인도(引渡) 시기가 속속 다가오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빅3)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선 수요가 줄어들자 해양플랜트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고맙게도 고유가로 해양 채굴의 필요성이 늘어났고 오일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를 대거 발주하기 시작했다. 궁합이 딱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외형 불리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상선은 아무리 커도 2000억 원을 넘지 않는데 해양플랜트는 웬만하면 1조원을 넘는다. 이렇게 해서 2012년에는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해양플랜트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삼성중공업 87.5%, 대우조선해양 73.5%, 현대중공업 58.8%)
조선 3사의 장밋빛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말 소폭의 적자를 내더니 2014년 2분기에는 1조원대, 3분기에는 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신고했다. (삼성중공업 2013년 4분기 -178억, 2014년 1분기 -3625억원)
해양플랜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이유는 실력과 경험 부족 때문이다. 플랜트는 엔지니어링(설계)이 알파이자 오메가다. 기초설계가 정확해야 기자재와 인력 수급, 공정 관리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한 치라도 어긋나면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모두 비용이다.
그런데 국내 조선업체들은 기초설계 능력은커녕 기자재 수급 능력도 떨어진 상태에서 덩치 키우기 수주에 나섰다가 부메랑을 맞았다. 동네에서 단독주택 짓던 업체가 초고층 빌딩을 수주했다가 쌍코피가 터진 셈이다.
상선에서 쌓은 경험을 너무 믿은 것도 독이 됐다. 상선은 표준이 있고 이미 수백 척을 건조한 경험도 있어 비용 추정을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반면 플랜트는 설치할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건조해야 하고 발주처의 요구도 제각각이어서 변수가 많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조선 3사는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조선업체들은 조선(상선)에만 의존해서는 천수답 경영을 피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해서는 조선, 특수선, 플랜트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따라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양 부문을 축소하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해양 플랜트를 미운 오리 새끼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고 실력을 키워줘야 한다. 수업료를 더 치르더라도 반드시 백조로 만들겠다는 오기도 부려야 한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설계 인력을 양성하고 기자재 국산화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발주처인 오일 메이저에게 끌려 다니지 않을 협상력도 갖춰야 한다. 해양 플랜트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되기 때문에 진입 장벽도 높다. 미리 선점만하면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떨어지는 속에서 대추알이 붉어지듯 해양플랜트도 시련을 잘 이겨내면 글로벌 1위로 우뚝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