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갑작스레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에 앞서 최신형 항공기 2대를 도입하려던 계획도 미뤘다.
유상증자는 부채를 줄여 이자비용을 낮춘다는 게 표면적 목적이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어 온 한진그룹의 선제적 구조조정에 경고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 재무건전성 확보 나선 이유는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이사회에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증자 발행신주는 1416만4306주, 주당 예정발행 가격은 3만5300원이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이 증자에 나선 것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요구를 받은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809%로 차입금 규모는 14조500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은 증가하고 부채는 감소하는 효과를 보게 돼 부채 비율이 약 200% 포인트 낮아지고 연간 200억원가량의 이자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당초 작년말까지 마치려 했던 신규 항공기 구입을 위한 투자계획도 올해 9월말까지로 미뤘다. 도입하려던 항공기는 보잉사 최신형 B777-300ER 여객기 2대로, 투자예정금액은 5억5844만4000달러(6405억3527만원)였다.
최근 유가하락으로 항공산업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영업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 아킬레스건 '한진해운'
주식시장이나 항공·운송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증자에 대해 표면적인 것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가장 유력한 게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다.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은 약 2조원의 에쓰오일 매각자금을 바탕으로 1년여 동안 선제적 구조조정 과정을 순조롭게 진행해 왔다.
문제는 독립경영체제에서 유동성 악화를 겪다가 한진그룹 계열로 들어온 한진해운으로 꼽힌다. 2013년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지원을 시작할 때부터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지분 33.23%를 보유한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다. 한진해운은 올해 1조50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예정돼 있고 그 중 4820억원의 회사채를 포함, 6200억원 가량의 차입금 만기가 2분기에 집중돼 있다. 특히 최근 에쓰오일 매각대금의 유입이 지연되면서 대한항공이 증자에 나섰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이 부족한 상환 자금 일부를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로 조달할 수 있겠지만, 일부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지원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대한항공 주가는 당분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