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한 미국계 헤지펀드가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4일 삼성물산 지분 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취득했다고 신고했다. 지분율은 7.12%, 지분매입에 사용된 금액은 7000억원을 넘는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삼성SDI와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한 지분율은 14.06%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최대주주 지분율의 절반을 넘는 주식을 가진 상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날 지분 취득사실을 알리며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1977년 설립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 운용 자산은 26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합병을 결정한 상태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가 반대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합병작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세력을 끌어모아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로선 삼성물산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234원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만큼 이같은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매수청구가 시작되는 7월17일 이후 주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 매니지먼트 지분 매입과 관련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은 미래가치를 제고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성장정체로 인한 영업가치 하락애 대응해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추진 등을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시장이 현재 평가한 기준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