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활과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제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업분야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사업에 대한 소개와 미래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
SK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그룹 전반의 경영실적은 정체되거나 악화됐다. 특히 그룹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부진과 중동, 미국간 에너지 주도권 확보로 촉발된 유가하락으로 37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총수 부재 장기화에 따른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 지연과 그룹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텔레콤까지 성장정체가 지속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SK C&C 합병으로 8월 새롭게 탄생할 SK주식회사를 계기로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등 신성장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를 집중, 미래 먹거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LNG 벨류체인 구축
8월1일 출범 예정인 합병법인 SK주식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과 세전이익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등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중에서도 성장성이 크면서 지속적인 투자로 성과가 가사화될 수 있는 LNG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내 LNG 사업은 SK E&S가 담당하고 있다. 현재 SK E&S는 SK㈜가 94.1%, SK C&C가 5.9%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 합병시 100% 자회사가 된다. 즉 LNG 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SK E&S의 실적은 그대로 SK주식회사에 반영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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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는 지난해말 자회사인 평택에너지서비스(오성천연가스발전소), 김천에너지서비스(김천열병합발전소), 전북집단에너지(전북열병합발전소)를 매각했다.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 1조1300억원은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추가매입 및 셰일가스전 인수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 SK E&S는 호주 해상에서 생산되는 LNG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GS에너지와 함께 충남 보령에 LNG터미널을 건설해 2017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즉 셰일가스전 개발 및 LNG 직도입을 확대하는 등 저가에 LNG를 받아 SK가 운영하는 발전소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 수익을 극대화하는 벨류체인을 만들어 사업 성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과거 30년간 추진해온 오일 자원개발(E&P) 역량과 가스발전소 등 LNG 벨류체인 통합을 추진한 결과, 한국내 최고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가스전 등에 대한 투자 및 저가 LNG 도입 계약을 확정하고 LNG 거래 및 운송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향후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 국가로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제약부문, 2018년 IPO 추진
바이오·제약은 SK그룹이 신성장 포트폴리오로 손꼽는 또 하나의 시업이다. SK그룹은 1993년 신약개발 사업을 런칭해 2011∼2014년 무렵 독자생존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는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신약개발 및 제약사업을, SK바이오팜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의약품 생산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간질, 우울징, 만성변비, 파킨슨병 치료제 등 중추신경계 분야의 혁신적 신약 후보물질을 다수 개발했다. 현재 미국 임상개발센터에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또 독자 개발한 기면증 치료 신약은 2011년 기술 라이센스를 수출했고, 최근 임상 3상에 돌입했다. 2017년까지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미국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거쳐 2018년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수면장애 일종인 기면증 관련 전세계 시장규모는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 바이오·제약사업 비전 |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애널리스트는 "향후 다수의 임상 진행중인 라인업들이 제품화가 되면 매출 성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로얄티 수입 등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할 전망"이라고 고 밝혔다.
특히 SK그룹은 2018년 이후 바이오·제약 관련 자회사에 대한 IPO까지 검토중이다. IPO를 통해 얻어진 자금으로 잠재성장이 큰 신약개발업체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반도체소재·모듈, 캐시카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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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산업은 최근 IT 기기들의 다양화 및 고성능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반도체 생산시 단위당 소재 사용량 증가로 성장 모멘텀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또 반도체 소재사업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소재회사와 반도체회사 간 밀접한 기술협력 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타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SK그룹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계열사인 SK하이닉스 등을 통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이미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모듈 사업은 사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반도체모듈 사업은 SK C&C의 자회사인 에센코어가 담당한다. 에센코어는 SK C&C가 2013년 홍콩 소재기업인 ISD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꾼 것으로, 국제현물시장에 나온 메모리 반도체를 저가에 매입해 게임기, 중저가 테블릿PC·스마트폰, USB메모리 제조사 등에 모듈화 해 재판매하고 있다.
사업 첫 해인 2014년 매출액 2683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이미 1438억원이나 매출액을 올렸다. 연말까지는 5000억원 이상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400억∼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