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올해는 '연구개발(R&D)' 를 선택했다. 바이오사업 분야가 새로 추가된 만큼 R&D 투자를 확대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박진수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15년에는 기초소재 생산기지인 여수, 지난해에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인 오창을 기자간담회 장소로 삼은데 이어 올해는 기술연구원이 있는 대전을 선택했다.
박진수 부회장은 “LG화학은 1979년 업계 최초로 대규모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혁신과 도전의 역사를 써왔다”며 “사업성과와 연결되는 연구개발을 비롯해 핵심·원천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 2025년에는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5 화학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 R&D 투자, 아깝지 않다
LG화학은 올해 R&D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2020년에는 1조4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매출액(2016년 연결기준 20조7000억원)의 5%에 가까운 수치로 글로벌 화학사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5300명인 R&D 인력도 2020년에는 63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공격적인 투자는 R&D를 사업전략과 연계해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LG화학은 R&D를 통해 사업화된 제품(신제품)의 매출을 올해 8조5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6조3000억원으로 2배 가량 늘린다는 전략이다. 통상 신제품 매출은 시장출시 후 사업 분야에 따라 3~5년 동안의 매출로 정의한다.
구체적인 분야로는 기초소재부문에선 고흡수성수지(SAP)와 합성고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 기술기반의 고부가 제품에 주력한다. 전지부문에선 차세대 전기차용 2차전지와 고용량 소형전지 등의 개발을 가속화한다. 정보전자소재에선 편광판과 수처리(RO) 필터 신제품을 비롯해 신소재 개발을 지속한다.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가정용 역삼투 분리막 신제품을 개발하여 완성품의 외관 검사를 하고 있다. |
지난해 인수합병(M&A)을 통해 추가된 바이오사업 분야 중 레드바이오(생명과학부문)에선 합성신약과 백신, 바이오시밀러 등 캐시카우 개발에 주력한다. 그린바이오(식량·종자사업)를 맡고 있는 자회사 팜한농은 글로벌 사업 전개를 위한 작물보호제와 기능성 종자 우수형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당장의 제품 경쟁력 강화 뿐 아니라 미래 사업 발굴도 R&D가 맡는다. LG화학은 에너지와 물, 차세대 신소재 등을 미래 사업으로 정했다.
에너지는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혁신전지와 연료전지용 소재 등을 개발한다. 물 분야에선 세라믹 분리막 소재를 적용한 필터와 차세대 수처리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박진수 부회장은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R&D 뿐 아니라 미래 준비를 위한 R&D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기차 배터리의 탄생지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은 ▲생명과학연구소 ▲기초소재연구소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연구소 ▲배터리연구소 ▲중앙연구소 및 분석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이 곳에선 이제까지 국내 1만7000여건, 해외 2만300여건 특허 등록 및 출원 등의 성과가 만들어졌다.
특히 LG화학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가 기술연구원이 자랑하는 성과 중 하나다. 실제 LG화학은 네비건트 리서치가 2015년 12월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날 방문한 기술연구원에서도 LG화학 배터리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LG화학은 배터리 내 양극과 음극 사이 내부단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코팅해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배터리 성능은 유지하는 기술 특허를 갖고 있다.
가열기에 일반 분리막과 세라믹 소재로 코팅한 SRS 분리막을 올려놓자 일반 분리막은 바로 수축하며 변형이 일어났지만 SRS 분리막은 기존 형태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높은 열이 가해져도 배터리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
이제안 배터리연구소 분리막개발팀 연구원은 “SRS 기술은 리튬이온배터리 안전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라며 “GM과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술연구원에선 메탈로센계 촉매 기술을 개발했고, 최근 기초소재사업부문에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고흡수성수지(SAP) 제품 기술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LG화학은 자사 기술연구원 경쟁력의 근간을 활발한 소통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생기면 각 연구팀들이 자신들의 강점에 맞춰 유기적으로 새롭게 가상의 별도 조직을 구성, 서로의 연구결과를 공유하며 새로운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술연구원은 5개 분야별 연구소와 약 500여개의 연구과제를 다루는 300개 이상 연구팀이 활동하는데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연구결과가 어떤지도 알기 어렵다”며 “하지만 기술연구원 내부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이끌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