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 오너 일가가 있는 곳에는 한화S&C가 있다. 한화S&C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면이다.
한화S&C는 2005년 8월 한화 계열 광고대행사 한컴의 최대주주로 등장했다. 한화S&C주인이 김승연 회장과 (주)한화에서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로 바뀐 직후다.
당시 최대주주로 있던 한화개발의 한컴 지분 57.1%(8만주)를 전량 14억4000만원(주당 1만8000원)에 사들였다. 이어 바로 2개월 뒤에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한컴을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배경은 이렇다. 한컴이 2005년 10월 한화국토개발 25.9%, 한화폴리드리머 16.9% 등 한화S&C 이외의 두 계열 주주사 지분 42.9%(6만주)을 7억8000만원(주당 1만3000원)에 태워 버렸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부터).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막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
2007년 12월 예사롭지 않은 일 또 생긴다. 김승연 회장의 부인 서영민(56)씨의 등장이다. 한컴이 서영민씨를 꼭 집어 제3자배정 방식으로 53억4000만원(3만4500주·3만4500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 서영민씨는 지분 30.1%를 가진 주주로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한컴의 양대 주주는 2015년 8월 지분 100%(11만4500주)를 두산 계열 광고대행사 오리콤에 넘겼다. 매각금액은 233억원(주당 20만3775원). 한화S&C는 163억원을 챙겼다. 서영민씨도 70억3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한화S&C가 원금의 11배인 149억원(서영민씨 17억원)의 차익을 남기며 팔 수 있었던 배경은 뻔하다. 한화S&C와 다르지 않다. 계열사들의 광고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커 온 때문이다. 2014년 계열매출 비중이 71.4%에 이를 정도였다. 흡사 지금의 한화S&C를 보는 듯하다.
벌이가 안 좋을려야 안 좋을 수 없다. 한컴은 2004년 257억원 수준에 머물던 매출이 2012년에는 1075억원으로 뛰기도 했다. 영업이익은 매년 예외 없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2012년에는 41억10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런 알짜배기 지분을 내다 판 것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무관치 않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게 2015년 2월이다.
맞물려 김승연 회장도 같은 시기인 2015년 8월 에스엔에스(SNS)에이스(현 한화에스테이트) 지분 100%를 정리했다. 한화63시티에 180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렇듯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사정권에 들었던 계열사들은 규제 시행과 맞물려 싹 정리했다. 지분 매각을 통해서다. 하지만 김 회장 2세들의 개인 소유회사 한화S&C만은 예외였다. 한화S&C가 지금까지 한화 계열 중 유일하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주)한화 지분도 소유 중이다. 2007년 12월 사실상 지주회사 (주)한화 주식 165만주를 1173억(주당 7만1100원)에 취득, 현재 2.2%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김 회장 2세들은 한화S&C 주주로 등장한 이후 2007년 11월(135억원)과 12월(1150억원) 한화S&C의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280억원을 집어넣은 바 있다. 시기나 규모로 볼 때 당시 2세들의 출자자금이 (주)한화 지분 확보 자금으로 쓰였을 개연성이 높다.
한화S&C는 (주)한화 우선주 지분 1.9%도 보유 중이다. 2014년 11월 삼성과의 ‘빅 딜’에 따라 인수자금 용도로 (주)한화가 지난해 10월 3820억원(2247만2000주·1만7000원)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따른 것으로 이 증자에 72억5000만원을 출자한 바 있다.
현재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으로 22.7%(보통주 기준)를 소유 중이다. 2세들에 대한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아들 삼형제는 김 전무 4.4%, 김 상무와 김 전 팀장 각각 1.7%로 7.8%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형제의 개인 소유회사 한화S&C가 2.2%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향후 대물림에 쓰기 위한 것이라는 것 쯤은 쉬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