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춘천=윤도진 기자] "대형 세단 치고 가속력이 경쾌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이 편안했다." - 30대 기자 A(남)
"여성 운전자로서 무난했지만 전반적으로 중장년 남성 중심으로 만든 차 같았다. 운전석 옆 센스 있는 위치에 컵 홀더를 배치하는 외산차와 같은 아기자기한 맛까지 갖추진 못한 건 아쉽다." - 40대 기자 B(여)
"개인적으로 운전자로서보다 뒷좌석 승객일 때 더 만족스러웠다. 운전기사를 둔 기업이나 기관 고위직 임원들이 이동하면서 업무를 보기도, 잠깐 휴식을 하기도 괜찮은 차다." -50대 기자 C(남)
▲ 17일 열린 시승행사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달리는 '더 K9' (사진: 기아차) |
17일 정오 무렵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출발해 강원도 춘천 더 플레이어스골프클럽(GC)을 돌아오는 왕복 144km(편도 74km) 경로에서 기아자동차 '더(THE) K9'에 처음 오른 기자들의 말이다. 이 차가 여태껏 몰아본 차중에 가장 비싼 차여서 비교가 될만한 차종을 잘 알지 못하는 기자는 또 감탄만 했다. <관련기사 ☞ [차알못 시승기]코란도 6년 몰다 신형 싼타페 타보니>
시승한 더 K9은 '3.3 가솔린 터보 그랜드 마스터즈 풀옵션' 모델이었다. 기본사양으로 제공되는 반자율주행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에, '19인치 스퍼터링 휠', '슈퍼비전 클러스터(전자식 계기판)' 등이 적용된 8560만원짜리 차량이다.
"트윈 터보차저 시스템을 적용해 최고 출력 및 실용 성능을 향상시킨 3.3 가솔린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70마력(PS), 최대토크 52.0kgf·m 성능을 갖춰 실주행시 5.0 모델에 버금가는 가속감을 보이는 동시에, 연비는 3.8 엔진에 근접하는 효율성을 보인다"는 게 기아차 중대형총괄PM 윤성훈 이사대우 설명이다.
롯데월드타워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올랐다. 문을 연 상태에서 시동을 거니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고 탄력있는 엔진 소리가 '우웅~' 하고 1초 남짓 들렸다. 하지만 엔진음은 이내 듣기 어려울 정도로 잦아들었다. 문을 닫으니 그저 조용했다. 달리기 시작했지만 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기아차 직원이 말한 "K 시리즈 최상위 세단이 갖춘 정숙하고 중후한 안정감"이란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다소 정체된 올림픽대로를 벗어나 서울~춘천고속도로에 올렸다. 속도를 높이면서부터는 역동성이 빛났다.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차가 '회춘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초를 쳐서 표현하자면 "기품있게 정장을 입은 중년 신사가 미끈한 캐주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뛰쳐나가는 느낌"이랄까.
▲ 더 K9 운전석 전자식 계기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더 K9 앞좌석 중앙부에 설치된 공조 및 음향 제어 버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더 K9은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스마트 등 5가지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모드에 따라 전자식 계기판 디스플레이와 음향 등이 달리 나타났다. 가속을 위해 스포츠 모드로 바꿨을 때, 등을 조여 운전석에 밀착시키는 듯한 등받이 모양 변화가 있어 살짝 긴장감을 더해줬다.
"엔진 토크·변속·핸들 조작감과 연동해 좌우 바퀴의 제동력과 전·후륜의 동력을 가변 제어하는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AWD)'이 장착돼 있어 주행환경이나 운전자 취향에 맞는 최적의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게 차에 오르기 전 들은 기아차 주행성능개발실 신영곤 파트장 얘기였다.
운전을 돕는 첨단주행 신기술도 인상적이었다.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은 앞 차와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한편 차로 중앙 주행이 가능하도록 조향과 속도까지 부드럽게 맞췄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자동주행(크루즈) 기능을 시속 130km로 설정하고 고속도로 주행보조(HDA)를 작동시켰을 때 느낀 운전 편의성은 '진심' 최고였다.
▲ 17일 시승행사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달리는 '더 K9' (사진: 기아차) |
운전대에 손만 올리고 있어도 충분했고, 가속과 제동 페달엔 발을 굳이 올려두지 않아도 됐다. 스스로 앞 차와의 간격, 과속 단속 카메라, 곡선 구간 등을 고려해 속도를 자동으로 높이고 낮추는 게 기가 막혔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기능이 더해진 덕분이란 설명이다. '속초까지 그대로 달려 다녀와도 별로 피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구불구불한 왕복 2차로 일반도로에서도 절묘하게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성능이 돋보였다. 기존 후측방 사각지대 감지 및 경보시스템보다 한단계 발전한 '후측방모니터(BVM)'가 적용돼, 주행 중 차로를 바꾸려 방향지시등을 조작할 때마다 계기판에 선택 방향 영상이 표시되는 것도 안전운행에 도움이 될 만했다.
운전자로서 말고도 감탄한 지점이 꽤 있었다. 조수석에서 좌석을 조정하는데 밑받침과 등받이의 아래위 앞뒤 움직임이 지금껏 타본 차중 가장 크고 입체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탄성이 나왔던 것은 뒷좌석에 앉았을 때다. 어지간한 차량 운전석보다 많은 버튼이 있는 뒷좌석 중앙부 조작패널을 통해 다양하게 좌석을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휴대전화 무선 충전, 음향과 2개 설치된 모니터 조작 등을 할 수 있었다.
▲ 뒷좌석 중앙부에 설치된 각종 조작 패널. |
▲ 뒷좌석을 '휴식'모드로 했을 때 확보되는 넓은 공간과 전방 시야. |
뒷좌석 안락함은 기본적으로 기존 모델과 비교해 전장이 25㎜, 전폭은 15㎜, 축거는 60㎜ 커진 데서 온듯했다. 특히 널찍한 뒷좌석을 '휴식(REST)' 모드로 변경해 조수석이 접히고, 등받이가 눕혀졌을 때엔 순간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 성공한 인생이란 이런 거야'라는. 동승 기자는 뒷좌석에서 노트북을 열어 기사 작성을 하기도 했는데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업무에 지장이 없었다"고 했다.
이날 시승을 마친 뒤 만난 한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G80을 타는 임원이 뒷좌석 승차감은 이번 더 K9이 훨씬 낫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주행성능을 시험한 이날 시승 구간의 평균 연비는 11km/ℓ를 찍었다.
판매가격은 ▲3.8 가솔린(플래티넘) 5490만~7750만원 ▲3.3 터보 가솔린(마스터즈) 6650만~8230만원 ▲5.0 가솔린(퀀텀) 9330만원이다. "6년 만에 완전변경되면서 높은 수준의 첨단 주행기술을 더한 걸 감안하면 종전 모델보다 저렴해진 셈"이라는 게 기아차 관계자 말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이나 BMW 7 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E·S 클래스 등과 경합할 차종으로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