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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델타항공은 한진가의 백기사일까

  • 2019.06.24(월) 09:27

백기사 vs 흑기사...해석 분분
한진家 아닌 조원태 회장만 지지 가능성
경영권 및 상속 분쟁의 신호탄 될 수도

'세계 1위 항공사'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인수를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파트너사에 대한 투자는 있을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나 투자 규모, 방법적 측면에서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시장의 견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델타항공은 한진가(家)에 백기사다. 혹은 아니다.

미국 델타항공 홈페이지 캡처

백기사라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한진일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섰을 것입니다.

한진가는 현재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2대주주인 '행동주의형 사모펀드' KCGI와 8개월째 경영권 분쟁 중에 있습니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2대주주로 올라선 후 꾸준한 지분 매입을 통해 한진가와의 지분(28.95%) 격차를 12.97%까지 줄였습니다. 개인지분율로만 보면 한진칼 최대주주였던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지분(17.84%)을 2%포인트 차까지 쫒아온 상태입니다. 사실상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한 수준까지 도달한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 델타항공의 지원은 한진가에게 천군만마와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델타항공의 매입 지분이 한진가의 우호지분으로 적용되면 KCGI와의 지분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최대 10%까지 늘리겠다고 했으니 해당 지분이 모두 한진가 지분에 더해지면 한진가와 KCGI의 지분 차이는 20%포인트 이상 벌어집니다. 한진가로선 지난했던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델타항공은 백기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투자 이익을 노리고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면 말이죠.

이 경우 델타항공은 한진가의 흑기사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한진칼의 주가는 KCGI의 영향력 확대에 훨씬 더 우호적이기 때문입니다.

KCGI가 한진칼 경영 참여를 선언했던 작년 11월 16일, 한진칼의 주가는 하루새 3650원 올랐습니다. 반면 델타항공의 가세로 한진가의 경영권이 안정화 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지난 21일 한진칼 주가는 하루만에 6100원이나 빠졌습니다.

델타항공이 투자 이익을 노린 것이라면 주가 부양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KCGI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시장은 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간의 파트너십이 견고하고, 최근 결성한 조인트 벤처(JV)로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 굳이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척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얼마전까지 시장 일각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KCGI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대상으로 투자자들을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시기상으로 볼 때 조 회장 측이 먼저 투자 지원을 요청했고, 델타항공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번 딜이 성사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만약 델타항공이 백기사라면, 한진가 전부를 지지한 걸까요. 아니면 조원태 회장만 지지한 것일까요.

전자라면 한진가가 KCGI와의 경영권 경쟁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만이 지지 대상이라면 상황은 또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진가는 현재 경영권 승계를 두고 남매간 갈등이 불거진 상황입니다. 봉합 단계라고는 하나,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한진칼 전무로 복귀하는 등 각자의 승계 권한을 얻기 위해 시동을 건 상태입니다.

삼남매간 한진칼 지분율(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부사장 2.31%, 조현민 전무 2.27%)도 비슷해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인상을 주게 되면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만일 분쟁이 본격화된다면 KCGI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인수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은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투자 규모도 결코 적지 않아 델타항공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의 무게추도 옮겨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델타항공은 한진가에 백기사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끝까지 삼남매 모두에게 백기사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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