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습니다. '물컵갑질' 논란 이후 1년여 만입니다. 명품 밀수 혐의와 관련,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복귀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복귀 움직임은 다소 이른감이 없지 않습니다. 두 사람 모두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는 해도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복귀가 서둘러 이뤄진 것은 한진가(家)의 경영승계 시계가 그만큼 빨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신속한 상속 재산 분할을 통해 어수선한 회사와 집안 분위기를 다 잡으려는 것이지요. 나아가 KCGI로부터 한진가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시장에선 한진가의 이같은 움직임 뒤에 세 남매의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한진그룹 후계구도를 완성하는데 스스로 총대를 멨다는 것입니다.
이 전 이사장 역시 각종 갑질 논란으로 세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집안에선 조양호 회장 타계 후 서열상 가장 큰 어른입니다. 한진가의 후계구도를 정할 권한이 있는 것은 물론 입김도 쎌 수 밖 없는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지요.
항간에는 이 전 이사장이 최근 정석기업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것을 두고, 자식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수렴청정을 하려한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석기업은 옛 지주사로, 그룹 내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회사의 부동산 자산을 관리하는 등 지배력이 상당한 곳입니다. 작년 4월 물컵 갑질 사건 전까지 세 남매 모두 이사회에 소속될 만큼 오너 일가의 집중도도 높았고 조양호 전 회장의 개인 지분도 20%에 달했던 곳입니다.
그룹 내 영향력만 놓고 보면 이 전 이사장은 정석기업을 통해 한진그룹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측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확실한 것은 이 전 이사장을 주축으로 한진가의 경영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전 이사장이 세 남매중 어디에 힘을 실어줄 지에 대해선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세 남매의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부사장 2.31%, 조현민 전무 2.27%) 모두 비슷 비슷한 상황입니다. 조 전 회장의 별도의 유언이 없다면 아버지 지분 17.84% 중 이 전 이사장이 5.94%를, 세 남매 각각 3.96%를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전 이사장이 세 남매 중 어느 쪽에 지분을 넘기느냐에 따라 한진가의 미래 주인이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일각에선 '조원태 vs 세모녀'의 경쟁 구도를 그리기도 합니다. 동일인(총수)지정을 끝끝내 미룬 것하며 조 회장이 동일인에 오르자 마치 이를 견제하듯 조 전무의 때 이른 복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전 이사장이 아들 보단 딸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전 이사장을 둘러싼 추측은 난무합니다. 그만큼 이번 승계작업에서 적잖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전 이사장의 행보가 한진가의 미래에 득일지 독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론은 한진가에 여전히 싸늘하고 KCGI 등 주요 주주들이 한진가의 경영권 장악을 또다시 문제 삼는다면 내년 주총은 올해보다 더욱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진가의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이 그리는 한진가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