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의 3분기 해외 판매는 현대차의 나홀로 선전이 돋보인 시기였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활약이 컸다. 중국에서의 부진은 여전했지만, 미국에서의 상승세는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코나와 팰리세이드의 인기가 대단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코나는 미국 현지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미국 진출 3개월 만에 1만대 돌파에 성공하면서 미국 SUV 시장의 '핵인싸(분위기를 주도하는 주인공)'로 새롭게 거듭났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자동차 등 5개 완성차 업계의 올 3분기(7~9월) 해외 판매(수출 선적 및 해외생산 판매) 규모는 총 158만4749대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161만6424대에 비해 부진한 수치다.
9월까지 누적 판매는 469만3565대로,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492만7535대보다 4.7% 감소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149만7714대에서 2분기 161만5164대로 8%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다시 2% 가량 감소했다.
감소폭이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던 데는 현대차가 선전한 영향이 크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전체 수출 비중의 60%를 차지한다. 사실상 현대차의 해외 판매 실적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전체 실적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분기만 해도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자동차의 해외 판매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10%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감소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 현대 ·기아차, 미국시장 '선전'
현대차의 지난 3분기 해외판매는 총 94만1503대로 작년 같은 기간 94만9782대 대비 0.9% 감소했다. 누적 판매 규모는 268만3697대로 작년 283만6932대 보다 5.4% 줄었다.
3분기에는 미국시장 선전이 눈에 띄었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의 조사에 따르면 3분기 판매는 총 17만7930대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6653대보다 6.8% 늘어난 것이다.
상승세를 주도한 건 SUV다. 9월 한 달 현대차의 SUV 판매량은 총 2만7374대로, 1년전보다 22% 늘었다. 전체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3%에 달한다.
이중 코나는 전월 대비 22% 더 팔리며,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세웠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팰리세이드도 9월에만 총 3495대 팔리며, 출시 3개월 만에 1만3000대 판매고를 달성했다.
하지만 잘 나가는 미국 시장과 달리 중국 등 신흥국에선 여전히 고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별 상황과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신차를 적재적소에 투입해 꾸준한 판매 증가를 이루어 나갈 것"이라면서 "권역별 자율경영,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실적을 회복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지난 3분기 해외에서 총 55만654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1년전보다 1.2% 덜 팔렸지만, 감소폭만 보면 현대차에 이어 가장 적은 규모다. 9월까지의 누적 판매 규모도 166만630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 역시 미국에서 선방했다. 기아차 미국 판매법인(KMA)에 따르면 3분기 판매는 총 15만8754대로, 작년 3분기 15만 8479대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노동절 등 연휴가 있었던 9월에는 꺾임세가 다소 짙었다. 기아차의 9월 미국 판매량 4만4619대로, 1년전보다 13.4% 감소했다.
차종별로는 스포티지가 9월에만 총 3만6679대 팔리며 해외 최대 판매 모델로 이름을 올렸다. 리오(프라이드)가 2만4342대, K3(포르테)가 2만2618대로 그 뒤를 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공격적인 신차 출시, 신흥시장 본격 공략, 친환경차 글로벌 리더십 확보 등으로 글로벌 판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판매 모멘텀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르노삼성·한국GM·쌍용차 '동반부진'
선방한 형님들과 달리 외자계 3사(르노삼성·한국GM·쌍용차)는 모두 고전했다. 그중에서도 르노삼성의 부침이 가장 컸다.
르노삼성은 지난 3분기 총 2만4457대를 판매했다. 1년전보다 17.5% 덜 팔린 수치다. 1월부터 9월까지의 총 누적판매도 7만대 수준으로, 1년만에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SM6·SM3·QM6·로그·트위지 등 5종에 대한 해외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SM6·SM3의 판매가 전무한 탓이 크다.
여기에 QM6와 로그는 갈수록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QM6의 9월 누적 판매는 1만7013대로, 작년 3분기 2만5715대 보다 33.8% 덜 팔렸다. 로그는 올들어 총 5만2486대를 팔았는 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2% 급감한 수준이다. 기대를 모았던 트위지도 9월 한 달, 12대 팔린 게 전부였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어렵다는 데 있다. 일단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이 9월로 종료됐다. 이를 대체할 XM3 수출 물량은 아직 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의 노조 리스크를 이유로 이를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GM도 부진했다. 한국GM의 3분기 해외판매는 총 5만9425대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7만1138대보다 16.5% 감소한 수준이다. 9월까지의 누적 판매 규모는 25만4999대로, 1년전에 비해 7.3% 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경승용차와 중대형 승용차가 8만1753대, 8381대 팔리며 각각 전년 대비 4.2% 24.5% 증가했다. 하지만 트랙스와 같은 레저용 차량(RV)이 같은 기간 9.8% 감소한 16만3640대에 그치며 증가세를 차단했다.
쌍용차 역시 어려운 3분기를 보냈다. 3분기에만 총 7106대를 팔았는데 이는 작년 7921대 보다 10.3% 줄어든 실적이다.
쌍용차는 현재 총 6종(티볼리, 코란도, G4렉스턴, 렉스턴스포츠, 코란도스포츠, 로디우스)을 수출 중인 가운데 해외 판매를 이끌었던 티볼리가 전년 1만799대 대비 33.3% 빠진 7199대에 그친 게 가장 뼈아팠다.
같은 기간 코란도스포츠는 58.7% 감소한 1265대 판매에 그쳤고, 로디우스는 무려 75.1%나 급감한 296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체면을 살린 건 렉스턴스포츠와 코란도다. 렉스턴스포츠는 지난해 3분기 1777대 판매에서 올해 같은 기간 3757대로 111.4% 급증했다.
코란도는 같은 기간 32.7% 증가한 3518대를 판매했다. 8월 말부터 판매처가 유럽으로 확대된 게 주효했다. 덕분에 8월 1000대로 꺾인 판매 수요는 9월 다시 3000대 수준으로 회복됐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상품성 개선 모델의 추가 투입 등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통해 수요 위축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코란도의 유럽시장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 확대를 통해 글로벌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