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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vs 현대차]②엔진차엔 없는 '착한 부채'

  • 2020.06.18(목) 14:12

테슬라, 3분기째 영업익 행진…현금흐름은 악화
다른회사에 '환경분담금 크레딧' 팔아 알짜 수익
전기차, 1~2년전 사전판매…'착한 부채' 두둑

신용등급은 정크본드(junk bond), 주가는 '저 세상(out of this world)'.

시장에서 테슬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무디스가 평가한 테슬라의 신용등급은 'B3'이다. '투자주의등급'으로 정크본드로 보면 된다.

하지만 주가는 '저 세상 주식', '월가의 새로운 카지노'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도 치솟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한때 주당 1000달러를 넘기며 세계 자동차 시총 1위 도요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현대차그룹 12개 상장사의 총 시가총액(80조원)보다 3배 가까이 많다.

◇ 테슬라 재무, 걱정보단 안정적…현금흐름은 불안

투자자들이 막연한 기대감만 안고 테슬라에 투자하는 것 같지만, 테슬라의 회계 장부를 보면 서서히 사업이 안착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테슬라의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부터 연속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억83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1분기 매출은 59억85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2% 늘었다.

현대차와 비교하면 테슬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현대차의 3분의 1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테슬라(4.7%)가 현대차(3.4%)보다 1.3%포인트 더 높다. 작년부터 현대차가 목표로 잡고 있는 영업이익률 5%에 테슬라는 이미 근접한 것이다.

현재 전기차에서 배터리모듈이 차지하는 원가는 30~40% 수준으로, 앞으로 베터리 원가가 내려가고 내구성(주행거리)이 올라가게 되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2.5%, 2019년 3.5% 등으로 수년째 2~3%대에 머물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코로나19 위기까지 덮쳐 영업이익률을 올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테슬라는 코로나19를 딛고 깜짝 실적을 냈지만 현금흐름은 불안했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억4000만달러로 일년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익을 냈지만 회사엔 현금이 유입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220억원으로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매분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재무안전성 측면에서도 테슬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단기 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124.3%, 적정선(100% 이상)을 웃돌았다. 부채비율은 289.1%는 적정규모(200% 이하)를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유동비율(140.6%)과 부채비율(161.9%)에 견주어도 크게 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 테슬라에 있고 현대차에 없는 것

테슬라의 재무제표를 보면 현대차에는 보이지 않는 특이한 점들도 많다.

우선 매출의 한 계정으로 잡히는 규제 크레딧(regulatory credits)이다. 미국은 '온실가스무배출차량(zero-emission vehicle) 크레딧' 정책에 따라 전기차 판매 비중이 기준에 미달한 자동차 회사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크레딧을 사들이도록 하고 있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가 엔진 차 중심의 다른 자동차 회사나 기관에 이 크레딧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전기차 테슬라 회사의 1분기 규제 크레딧 매출은 3억5400만달러에 달한다. 규제 크레딧 매출은 비용이 들지 않아 대부분 순이익으로 잡히는 '알짜 실적'이다. 1분기 테슬라의 규제 크레딧 매출은 순이익(2억3000만달러)을 뛰어 넘고 있다. 규제 크레딧 매출이 없으면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 크레딧 매출은 그간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다른 분기보다 1분기에 더 많이 잡히게 된다"며 "다만 앞으로 계속 발생할지는 지켜봐야한다. 결국 크레딧 수요가 있어야하는데 다른 자동차 회사도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테슬라가 공개한 사이버트럭 동영상. 공개 3일만에 예약금(100달러)을 내고 계약한 사전예약이 20만대에 이른다. 내년에 사이버트럭이 출시되면 부채로 잡혀있는 '사전예약금'은 수익으로 인식되게 된다.영상=회사 유튜브]

'착한 부채'인 '사전예약금'(Customer deposits)과 '이연 매출'(Deferred Revenue)도 다른 자동차 회사 회계장부에서 찾아보긴 힘들다.

사전예약금은 신차 출시전 구매를 원하는 고객으로 받는 일종의 계약금으로 부채로 잡힌다. 올 1분기 기준 사전예약금은 7억8800만달러 수준이다. 사전예약금은 부채로 잡혀있지만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되면 매출로 바뀌는 '착한 부채'다.

테슬라에 1조원에 가까운 착한 부채가 잡히는 이유는 테슬라 특유의 차 판매 방식때문이다. 현대차가 신차 출시 1주일 정도 전에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받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신차 출시 1~2년 전에 전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새 모델을 공개하고 사전예약을 받는다.

작년 8월 한국에 출시된 테슬라의 모델3는 2016년 이미 45만대가 사전예약됐었다. 사전예약금은 1000달러에 달했다. 일종의 테슬라의 자신감이 반영된 영업방식인 셈이다.

'이연 매출'은 이미 발생한 수익 가운데 이번 회계 기간에 인식하지 않고 다음 기간으로 수익 인식을 미룬 것으로, 이연 부채라고도 한다. 테슬라의 이연매출 중 하나로 잡히는 것이 FSD(Full Self-Driving, 완전자율주행)이다.

테슬라는 작년 4월 FSD를 공개한 후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판매가격은 7000달러로, 가격은 점차 오르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를 통해 "7월부터 FSD 가격이 최대 1000달러까지 추가 인상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 1분기 기준 테슬라의 이연매출은 11억8600만달러에 이른다. 내년 FSD가 실제로 도입되게 되면 부채로 잡히는 '이연매출'은 실제 수익으로 인식돼 테슬라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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