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로 시작된 무선이어폰 시장에 '강낭콩'이 등장하면서 하반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콩나물처럼 생긴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이 독식하던 판에 삼성전자가 강낭콩 모양의 '갤럭시버즈 라이브(가칭)'를 출시해 이 시장을 나눠먹겠다고 나서는 구도다. LG전자와 일본 소니 등도 무선이어폰 시장에 속속 진출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면서 시장 규모 자체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무섭게 자란다' 무선이어폰
그야말로 급성장세다. 올해 무선이어폰 시장은 지난해 1억2000만대 수준에서 90% 안팎 성장한 2억3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무선이어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무선이어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53% 성장한 5100만대였다. 한 분기 동안 팔린 게 2018년 한 해 전체 판매량(3500만대)의 1.5배나 됐다.
이런 무선이어폰 시장의 성장 흐름은 초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와 꼭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10년 전 초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탄력 구간 흐름을 최근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보고 있다"며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스마트폰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80%였는데 무선이어폰이 2019년부터 이같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무선이어폰 판매량이 2억대를 넘어서는 데 이어 2021년에는 4억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애플이 선점하고 있던 시장에 여러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며 제품이 다양화되고 있는데다, 인도 등 신흥시장 성장세도 폭발적이어서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음성·화상 통화가 활발해진 것도 무선이어폰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사트야짓 신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며 음성과 화상통화를 활용하고 있다"며 "무선이어폰에 대한 수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콩나물이 벌린 판…강낭콩 설 자리는?
그야말로 '장밋빛'인 무선이어폰 시장의 선두주자는 단연 애플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삼성전자 등 후발주자들이 지금과 같은 애플의 독주 체제를 흔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노이즈 캔슬링(소음제거·ANC)' 기능 등을 더한 신제품이 쏟아지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이는 기기에 내장된 소음 조절 기능이 외부 소음을 감소시켜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10월 무선이어폰 후속작 '에어팟 프로'를 출시하면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추가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에어팟 프로를 선보인 후 무선이어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44% 증가했다. 애플의 영향력이 강한 미국에서는 이 효과로 무선이어폰 시장이 전 분기보다 75%나 커졌다.
하지만 애플의 무선이어폰 시장 점유율은 초기 70%에서 최근 60%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올해는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곳은 삼성전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 시리즈 출하량은 470만대로 전년 대비 250% 급증했다.
올해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출하량 전망치는 2500만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오는 8월5일 온라인으로 진행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언팩 행사에서 새로운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라이브'(가칭)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제품에는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최초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도 올 초 출시된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노이즈 캔슬링을 넣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당시 음질 고급화를 우선으로 보고 기능 추가를 뒤로 미뤘다.
최근 유출된 사진을 보면 갤럭시버즈 라이브는 이전 모델들과 달리 강낭콩 모양 디자인이 특징이다. 검정색, 흰색 등 외에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대표 색상인 구릿빛(미스틱 브론즈)도 추가할 전망이다. 제품에는 2개의 스피커와 3개의 마이크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LG·소니, 후발주자 속속 출사표
지난해 첫 무선이어폰 '톤플러스 프리'를 내놨지만 고배를 마셨던 LG전자도 절치부심했다. 최근 무선이어폰 신제품 '톤 프리'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에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지만, 하반기 추가로 공개 예정인 3종 신제품 중 1종에는 소음제거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톤 프리는 특히 전문 오디오 업체 '메리디안 오디오'의 신호처리 기술과 튜닝 기술을 적용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디저트 일종인 마카롱을 본뜬 케이스로 디자인을 특화했다. 이어폰 색상은 매트 블랙과 글로시 화이트 2종이지만 케이스는 민트, 피스타치오, 레몬, 스트로베리, 라즈베리 등 다양한 색상을 갖췄다.
소니코리아도 최근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탑재해 대중교통, 카페, 길거리 등에서도 소음없이 통화를 할 수 있는 무선이어폰 신제품 'WF-SP800N'을 선보였다. 음향 전문기업 오디오테크니카도 지난달 9일 첫 번째 노이즈 캔슬링 무선이어폰 'ATH-ANC300TW'을 국내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이어 무선이어폰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라며 "업체들 사이에 디자인·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 무선이어폰 교체주기가 빨라지고, 장기적으로는 보급률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