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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란 '애플의 콩나물'

  • 2020.06.04(목) 17:38

에어팟, 콩나물 조롱서 새 생태계 주역으로
삼성전자·샤오미 등 글로벌 추격전 치열해

애플이 2016년 9월 공개한 무선 이어폰 '에어팟'(AirPods)은 처음엔 조롱의 대상이었습니다.

생김새가 콩나물 같다는 지적부터, 너무 비싸다(충전기 포함 21만9000원)는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혹평을 조롱하듯 에어팟은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많은 전자제품 제조사들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면서 콩나물 모양의 이어폰은 대세가 됐습니다.

이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유선 이어폰을 주섬주섬 꺼내면서 엉킨 줄을 풀고 있으면, 태블릿PC로 뉴스를 보는 사람 앞에서 종이신문을 쫙 펼치는 느낌일 정도입니다.

이같은 대중성은 판매량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합니다.

IDC,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트래티지래널리틱스 등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2016년 100만대 규모였던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17년 1500만대, 2018년 3500만대, 지난해 1억대를 돌파했습니다.

올해는 2억대 돌파가 예상되고, 2022년 4억대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입니다.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인도에서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70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애플 에어팟프로.[사진=애플]

그렇다면 쑥쑥 자란 콩나물 시장은 누가 먹을까요.

부동의 1위 사업자는 시장을 개척한 애플이고, 당분간은 아성을 지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초기에 70%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60%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쟁 사업자들의 도전도 거세기 때문입니다.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삼성전자와 중국 샤오미는 각각 점유율 5%가 넘는 경쟁자들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를 좀더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어폰의 핵심 사용처인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이므로 성장성이 더욱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의 1분기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시리즈의 출하량은 47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보다 250%나 치솟은 겁니다.

올해는 2500만대가량 출하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같은 기간 애플은 약 9000만대 출하할 것으로 예상돼 압도적 1위이지만, 삼성은 성장성이 우세하다는 설명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사진=삼성전자]

이쯤되면 도대체 무선 이어폰은 왜 이렇게 인기인지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이어폰과 짝꿍인 스마트폰 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큰 충격을 받고있습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2억7480만대로 전년보다 16.8% 감소했습니다.

1분기 기준 2008년 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세입니다.

그러나 콩나물, 무선 이어폰은 지난 1분기 출하량이 4451만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151% 성장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과 전혀 무관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 정부의 대응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작년 10월 도시철도 탑승시 전자 디바이스(스마트폰, 태블릿PC)의 외부 스피커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놨는데요.

사람들이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소리나는 영상, 음악을 얼마나 많이 보고 들으면 이런 법을 만들었을까 싶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수요,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수요가 무선 이어폰 수요로 확인된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내 무선 이어폰 판매량은 2018년 470만대에서 2019년 1700만대로 361% 증가했고, 올해는 3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약 40년 전 일본 소니의 시대를 연 '워크맨'에서, 2000년대 초 애플의 재기를 이끈 '아이팟'에서 알 수 있듯 음악을 듣는 것은 검증된 문화이고, 이어폰은 음악뿐만 아니라 각종 미디어 재생 기기와 떨어질 수 없는 핵심 제품입니다.

이것을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개선했으니 상품성이 있는 것이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듯 긴 줄을 콩나물로 만드는 생각의 전환을 시작으로 이런 시장이 탄생했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 구글, 아마존, 소니와 같은 굵직한 기업 외에도 다양한 이어폰 전문 업체들까지 뛰어들어 빽빽한 콩나물 시루를 만드는 이 시장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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