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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뜻밖 중독성…스위블폰 'LG윙'의 반전미

  • 2020.10.02(금) 08:32

LG전자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첫 작품 'LG윙'
부드러운 회전 감각, 색다른 촬영 기능 매력
처리속도, 앱 생태계 아쉽지만…그래도 '싸다'

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LG윙. /사진=백유진 기자

2004년 삼성전자의 애니콜 '가로본능폰'은 획기적이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기자는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겨우 이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휴대폰이라니. 관심 받고 싶은 '중2감성'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15년이 지난 뒤 LG전자가 스마트폰을 돌렸다. 스마트폰 혁신 전략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작품 'LG윙'이다.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폴더블폰이 나오는 시대에 겨우 화면을 돌리는 게 혁신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윙을 처음 본 순간 15년 전 중학생 시절로 타임슬립하고 말았다. 화면을 옆으로 돌리는 '스위블(돌리다·Swivel)' 동작 만으로도 그 시절 감성이 물씬 살아났다. 동년배 지인들에게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 반응이 터져나왔다. "이거 우리 세대 타깃인데?"

왼쪽으로 스윽 밀면 부드럽게 돌아가는 느낌에 중독돼 버렸다./사진=백유진 기자

◇ 돌리고 돌리고~

LG윙은 일반적인 스마트폰 형태인 바(Bar) 타입에 스위블 모드를 접목했다. 일반 스마트폰처럼 사용하다 메인 스크린 하단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숨어있던 보조(세컨드) 스크린이 나타난다. 스위블 동작은 매우 부드러웠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해서 화면을 밀어 돌리게 되는 중독성 있는 감각이었다.

'모바일용 초소형 힌지'를 적용하고 스크린 주변을 윤활성이 좋은 POM(폴리옥시메틸렌) 소재로 특수 처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시계방향으로만 돌아가기 때문에 왼손잡이라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갤럭시S10 플러스(왼쪽)와 LG윙(오른쪽). 일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다소 두껍지만 보자마자 든 생각은 '생각보다 얇네?'였다. /사진=백유진 기자

2개의 디스플레이가 겹쳐진 형태이니 두께와 무게가 걱정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얇고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윙의 두께는 10.9mm로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서는 두껍다. 하지만 폴더블폰(갤럭시 Z 폴드2 13.8~16.8mm)보다는 얇은 편이다. 상단에서 가로로 돌아가는 메인 디스플레이의 두께가 굉장히 얇았다.

무게는 260g이다. 최근 출시된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70~100g가량 무겁지만 개인적으로는 들고 다닐 만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손에 쥐면 자연스럽게 메인 스크린을 스위블했다 되돌리는 동작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무겁다는 느낌을 잊게 됐다. 옛날 가로본능 감성에 취한 '라떼'임을 감출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메인 스크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세컨드 스크린으로 인터넷 서핑, 메시지 전송 등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사진=백유진 기자

◇ 만나 보니 '실물깡패'

스위블 모드의 활용성도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윙의 디자인이 공개됐을 당시 2개의 스크린을 사용하지만, 세컨드 스크린을 반절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1+1(원 플러스 원)' 스크린이지만 '2'가 아닌 '1.5'의 효과만 낼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두 개의 스크린을 사용하는 장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보는 이들에게는 최적일 듯 했다. 스위블 모드를 통해 가로로 꽉 채워진 영상을 보면서 인터넷 검색이나 메신저를 이용할 수 있다.

스위블 모드에서 아랫부분을 손잡이로 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세컨드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스위블 모드로 돌려 손잡이처럼 쥐면 일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이때 세컨드 스크린의 버튼이 눌리지 않도록 '그립락' 기능을 설정해 터치스크린이 작동되지 않게 설정할 수도 있다. 다만 상단 카메라와 메인 디스플레이의 무게가 쏠려 무겁다는 느낌은 강해졌다.

LG윙. 사진 중간처럼 스위블 모드로 돌아가고 있는 단계에서는 화면이 눌리지 않는다. /사진=백유진 기자

◇ '팝업' 카메라에 '짐벌' 기능도

카메라 스펙은 나름 독특하다. 대다수의 플래그십 모델이 디스플레이 일체형 전면 카메라를 채택한 것과 달리 윙은 3200만 화소의 팝업 카메라를 택했다. 덕분에 전면에 노치(카메라 등 설치 때문에 화면이 나오지 않는 부분)가 없다.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폼팩터(제품 형태)인만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일 테다. 팝업카메라는 평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전면 카메라를 실행하면 본체 상단에서 올라온다.

가방 안에 쿠션을 잔뜩 넣어 푹신하게 만든 후 그 위로 LG윙을 떨어뜨려봤다. 팝업 카메라가 안으로 쏙 들어가면서 자동으로 닫혔다. /사진=백유진 기자

팝업 카메라는 스마트폰이 낙하하면 안으로 들어가게 설계했다. 보호를 위해서다. 가속도 센서가 낙하를 감지하면 바닥에 떨어지기 전 카메라가 제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바닥을 푹신하게 해 충격을 방지한 상태로 그닥 높지 않은 높이에서 여러 차례 떨어뜨려보니, 팝업 카메라가 제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듀얼 레코딩 기능을 사용하면 메인 스크린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앞뒤 카메라가 동시에 작동한다. 영상 저장은 두 화면이 같이 나오지 않고 따로 저장된다. /사진=백유진 기자

또 다른 특별한 기능은 듀얼 레코딩과 짐벌 모션 카메라다. 듀얼 레코딩 기능을 사용하면 후면 카메라와 전면 팝업 카메라로 동시 촬영이 가능하다. 즉 촬영자와 찍고 있는 대상을 한번에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함께 촬영된 영상은 갤러리에 각각의 영상으로 따로 저장된다.

짐벌은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영상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 장비인데, 스마트폰 도입은 윙이 처음이다. 윙을 스위블 모드로 돌리면 짐벌 모드가 실행되고 세컨드 스크린에 여러 버튼이 나타난다. 이중 '조이스틱 기능'과 '팔로우 모드' 등을 사용해봤는데 꽤 신기했다.

조이스틱으로는 스마트폰을 움직이지 않아도 카메라 앵글을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었다. 팔로우 기능을 켜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힘차게 움직여도 흔들림 없는 촬영이 가능했다. 전문 짐벌 장비를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치고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다.

생각보다 많이 흔들린다고 느껴지지만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양팔을 쭉 뻗어가며 카메라를 아주 격하게 흔든 것이다. 걸어다니면서 브이로그 등을 촬영할 때 안정적인 화면을 연출할 수 있을 듯 했다. /사진=백유진 기자

다만 짐벌 모션 기능은 스위블 모드에서만 실행된다. 스위블 모드에서는 짐벌 모드와 타임랩스, 듀얼스크린 등의 기능만 쓸 수 있고 셀카 등 기본 카메라 기능은 일반 바 형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셀피를 찍다가 윙을 스위블 모드로 돌리면 팝업 카메라는 안으로 들어갔다. 또 스위블 모드로 동영상 촬영 시 화면 녹화 기능을 켜면 세컨드 스크린에 떠있는 조작 화면만 녹화가 됐다. 영상 촬영 중에는 녹화 기능을 켜는 것도 불가능했다.

윙을 스위블 모드로 돌리면 팝업 카메라는 자동으로 꺼지면서 후면 카메라로 전환된다. 스위블 모드에서 전면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으면 듀얼 레코딩 기능을 켜야 했다. /사진=백유진 기자

◇ 느린 속도·앱 생태계 확장은 과제

아쉬운 점도 분명히 보였다. 특히 메인 스크린과 세컨드 스크린의 호환 문제는 꼭 개선돼야 할 듯 했다. 폴더블폰의 경우 커버 디스플레이와 메인 디스플레이 간 연동뿐만 아니라 메인 디스플레이 내에서 앱 위치 변경이 자유로워 활용성이 높았다. 하지만 윙의 경우 스크린 간 호환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세컨드 스크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메인 스크린에서 크게 보고 싶다면, 메인 스크린에서 유튜브를 다시 실행해야 한다.

윙을 'ㅜ', 'ㅏ', 'ㅗ' 모양으로 돌릴 때 반응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최신 스마트폰이라고는 믿기 힘든 속도였다. /사진=백유진 기자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사양 문제도 커보였다. LG윙은 '스냅드래곤 765G 5G'을 탑재했는데, 이는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대비 낮은 사양이다. 윙의 사양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아쉬움이 지적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사용해보니 반응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당초 LG전자는 메인 스크린이 가로로 돌아간 'ㅜ' , 세컨드 스크린이 가로로 돌아간 'ㅏ', 세컨드 스크린이 위로 올라간 'ㅗ' 등 윙을 자유롭게 돌리며 여러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활발하게 사용하기에는 약간 답답했다.

화면을 돌려 스마트폰을 깨웠을 때 보이는 화면이다. 지문 인식이 메인 스크린에만 적용돼 있어 세컨드 스크린에는 패턴 등 다른 잠금 해제 방식이 뜬다. /사진=백유진 기자

지문 인식이 메인 스크린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폼팩터 특성상 스위블 모드로 돌려 스마트폰을 켜게 되는데, 지문 인식은 메인 스크린에서만 가능해 한 손으로 작동할 때는 지문 인식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양손 지문을 모두 등록해놓고 사용하거나, 패턴 등 다른 잠금 장치를 추가적으로 등록해야 했다. 또 스위블 모드로 돌린 상태에서는 본체 우측에 위치한 음량 조절 버튼이나 전원 버튼을 누르기도 어려웠다.

꾸준히 지적되는 앱 생태계 확장도 필수 과제로 보였다. 윙으로 다양한 앱을 체험해보고 싶었으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게임)등 평소 자주 사용하던 앱들 대부분이 스위블 모드 지원이 되지 않았다.

본체 상단에 볼륨 조절 버튼과 전원 버튼이 있어서 스위블 모드로 사용 시 터치가 어려웠다. /사진=백유진 기자

◇ 그래도 합리적인 이유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가격대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윙의 출고가는 109만8900원이다. 이는 폴더블폰, 듀얼스크린 등 기존에 국내 시장에 출시된 '이형(異形)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LG전자가 내놓은 듀얼스크린 제품 V50은 출고가가 119만9000원이었고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2는 239만8000원에 달한다.

'스위블'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를 가지고 나온 만큼 불필요한 가격 거품을 걷어낸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실속 있는 가격 정책을 내놓은 만큼 LG전자의 자신감도 상당하다. 그 일환으로 LG전자는 고객들이 구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예약 판매 프로모션을 과감히 없앴다. 예약 판매는 공개된 제품의 이미지만 보고 판단하게 되는데, 윙은 실제로 체험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나름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예약 판매 대신 10월 한 달 간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2년 내 스크린 파손 시 교체 비용의 70%를 할인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적자 탈출을 위해 새롭게 선보이는 스마트폰 제품 하나하나가 소중한 LG전자 MC사업본부(스마트폰 담당)에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윙은 연말까지 10만대 수준에서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MC사업본부 전체적으로 ODM(주문자위탁생산) 비중이 상승하는 등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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