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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가로본능 '윙'에 거는 절박한 기대

  • 2020.09.14(월) 17:31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벨벳' 출시에도 2Q 시장 점유율 하락
'다른 길 찾기'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첫 실험
22개분기 연속적자 불가피…4Q 뒤집기는?

오늘(14일) 밤 LG전자의 새로운 혁신 스마트폰 'LG 윙'이 날개를 펼친다. 메인 화면과 보조 화면이 교차된 모양으로 돌아가는 일명 '가로본능폰'이다. 어느덧 익숙해진 폴더블 형태와는 또 다른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 혁신인 만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도 적지 않다.

특히 'LG 윙'이 적자의 늪에 빠진 이 회사 MC사업본부(스마트폰 담당)의 실적에 날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력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지만 LG전자에는 아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상반기 프리미엄 폰 '벨벳'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윙의 성패에 LG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딩' 전략 지속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자꾸 낮아지는 시장 점유율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스마트폰 판매는 전 분기 대비 9%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2분기 국내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선전 속 '갤럭시S20' 판매가 이어지면서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상승한 67%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도 '아이폰 11'의 판매 호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5월 출시된 '아이폰 SE'가 좋은 반응을 보이며 전 분기 대비 소폭 점유율을 늘렸다.

이에 맞서 LG전자도 2분기 벨벳과 'Q61' 등 신규 모델을 출시했다. 하지만 오히려 점유율은 전 분기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벨벳의 전 세계 판매량이 100만대에도 못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전자 입장에서 벨벳의 부진은 뼈아프다. 지난해 말 MC사업본부장에 취임한 이연모 부사장의 대대적 체질 개편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LG는 기존 스마트폰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알파벳+숫자'식 명명을 버리는 초강수도 뒀다. 기존에 유지하던 프리미엄 라인업 'V·G'를 벗어난 것이다. 대신 2000년대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을 통해 전성기를 누렸던 LG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작명법을 재도입했다.

LG윙 예상 이미지./사진=폰아레나

◇모험가 정신으로 '혁신' 도전

윙 역시 벨벳에 이은 브랜드 이름을 채택했다. LG전자 측은 "화면이 교차된 모양이 날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윙'이라는 직관적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LG 윙은 전면 주화면(메인 디스플레이)를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뒤에 숨어있던 보조화면이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윙은 LG전자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전례 없는 큰 도전이다. 이 회사는 벨벳, Q시리즈 등 기존 보편적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은 '유니버설 라인', 윙처럼 혁신적인 제품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로 사업을 아예 이원화했다. 혁신 제품과 일반 제품을 동시에 제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겠다는 모험이다. 윙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LG전자는 지난 2일 글로벌 미디어 대상으로 보낸 초청장 말미에 'Life gets better in unexpected ways when you discover the unexplored(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때 삶은 기대 이상이 된다)'라는 문구를 통해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에 대한 의미를 암시했다.

LG전자 온라인 공개 초청장. /사진=LG전자

LG전자의 노림수는 '소비자 세분화에 대한 집중'으로 요약된다. 지난 10여년간 스마트폰 시장은 커지고 획일화됐지만,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방식이나 생활은 더욱 다양해지고 세분됐다는 것이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변화 수용성이 높은 고객들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모바일 경험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파트너사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윙이 영상을 보는 동시에 다른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에 유리한 폼팩터인 만큼 소셜 커뮤니케이션과 영상 시청을 결합한 '레이브', 무료 영화와 TV 시리즈를 제공하는 '투비',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션을 제공하는 '픽토' 등과 협업해 영상 콘텐츠를 강화했다.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획일화된 스펙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LG전자의 과감한 변신"이라며 "이 같은 도전이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21분기 연속 적자…'윙'의 무게감

LG 윙은 어깨가 무겁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제품이기도 하지만, MC사업본부의 올해 마지막 분기 실적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2378억원, 2분기 20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1개 분기, 햇수로 5년 넘는 연속 적자다. 수익성 만회를 위해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지만, 3분기 역시 적자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 윙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혁신을 무기로 한 고가의 스마트폰은 벨벳 등 매스(대중) 프리미엄 제품이나 Q 시리즈 등 저가형 제품보다 수익 기여도가 높다. 업계에서는 윙의 가격대가 100만원 초중반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혁신 제품인 폴더블폰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지만 LG전자 스마트폰 중에서는 최고가급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가성비를 앞세운 고사양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업체들의 고부가 수익은 주로 프리미엄 플래그십 제품 판매확대에서 나온다"며 "모든 업체가 고민이 큰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LG전자 역시 오랜 적자 탈출을 위해서는 고가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실적 회복을 위해 LG 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LG 윙은 14일 밤 11시(한국시간 기준) 온라인 공개행사에서 선보인다. 윙의 날개는 LG 스마트폰 사업의 고민을 털어내고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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