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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넘어 전기차까지' 전자부품사 날개 달았다

  • 2020.12.29(화) 08:40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삼성전기·LG이노텍 4Q 역대급 이익 예상
내년에도 쾌청…전장사업 시너지 본격화

국내 양대 전자 부품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 최고의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한 덕이다. 특히 비교적 비수기로 꼽히는 4분기에도 올해는 예년보다 뚜렷한 호실적이 예상된다. 아이폰12의 출시가 한 달가량 연기되면서 실적이 이연된 효과다.

내년 전망은 더 밝다.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더해, 스마트폰 출시 주기(사이클)에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새 기반도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기차 전장부품 시장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아이폰12 흥행에 '웃음꽃'

삼성전기는 통상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작이 공개되는 1·3분기에는 호실적을 낸다. 반면 신작 공백기인 2·4분기에는 실적이 주춤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는 애플의 신작 출시가 연기되며 전통적인 재고조정 시즌인 4분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이 기대된다. 최대 매출처인 삼성전자는 신작 공백이 있지만 애플의 아이폰12의 흥행이 삼성전기의 실적 둔화를 방어한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기는 매출액 2조1605억원, 영업이익 259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5.6%, 14.2% 감소한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7.1%, 87.2%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애플 아이폰에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과 스마트폰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아이폰12는 애플의 첫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으로 4G 스마트폰에 비해 MLCC가 10~20% 이상 더 사용된다. 5G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삼성전기 실적이 개선세를 탄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폰12 프로. /사진=백유진 기자

아이폰12 출시 연기에 삼성전기보다 더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곳은 LG이노텍이다. 이 회사는 최대 매출처가 애플이다. LG이노텍은 아이폰12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분기부터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이노텍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보면 이 회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어난 3조5344억원, 영업이익은 55.6% 증가한 3256억원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44.8%, 영업이익은 264.2% 늘어난 '폭증'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가 눈에 띈다.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인 2703억원보다도 20% 가량 많은 수준이다. 10월 이후 석달 이익이 그 전 9개월치의 1.2배라는 뜻이다.

아이폰12 중에서도 '프로' 이상의 프리미엄 모델의 인기가 높다는 것도 LG이노텍에는 호재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에서도 아이폰12 프로에 대한 수요는 매우 견조하다"며 "프리미엄 모델에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는 LG이노텍에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 스마트폰 외 캐시카우도 '무럭무럭'

아이폰12 흥행 효과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출시가 늦어진만큼 내년 초까지 신모델에 대한 인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더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부품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역시 두 전자부품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LG이노텍에서 모터센서, 차량용 통신·카메라모듈 등을 담당하는 전장부품사업부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적자 상태다. 올해 역시 3분기 누적 기준 263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회사 전체로 봐도 비중은 미미하다. 지난해 카메라모듈 분야를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65%를 담당했던 것에 비해, 전장부품사업부는 약 10%를 차지했다. 

하지만 LG전자가 세계 3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설립하는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 신설법인 출범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계열사인 LG이노텍이 이와 연계해 향후 전기차 제조업체에 자동차 통신모듈, 카메라 모듈 등을 납품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장 계약이 늘어나면 스마트폰 경기에 따라 출렁이는 실적도 안정화할 수 있다. 관련기사☞ 車전장 죽쑤던 LG전자, 마그나 합작에 '5조 잭팟'

주민우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아이폰 비중이 줄고 기판소재와 전장부품 비중이 증가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며 "기존 고객사향 매출 증가를 시작으로 2025년에는 애플카향 부품 공급 가능성도 열려있어 중장기 전장부품 사업부의 성장 동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 역시 전장용 MLCC의 사업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부품사는 올해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과 ABS(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용 MLCC를 추가해 전장용 MLCC 풀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지난 7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의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전장용 MLCC는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전장용 MLCC가 활용되는 분야가 일반 자동차뿐 아니라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MLCC 시장 규모가 올해 16조원에서 2024년 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중 전장용 MLCC 비중은 29%에서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부품 공급망 변동 가능성도 향후 부품업계의 실적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미국 제재를 받게 된 중국 오필름을 대신해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모듈 공급사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적용을 추진하고 있는 잠망경 형태의 광학줌(폴디드줌) 기술에서 삼성전기가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신규 기술 개발에 2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기의 폴디드줌 기술을 내년 출시할 신형 아이폰에 탑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도입이 본격화되면 프리미엄 모듈을 독점 공급하던 LG이노텍에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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