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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도발' 신세계…'한 판 붙자'는 롯데

  • 2021.03.31(수) 11:17

신세계 "롯데 쫓아와야 할 것" vs 롯데 "한 판 붙자"
이마트·롯데마트, 프로야구 개막전 맞춰 대규모 할인 행사

"대한민국 할인 상륙 작전 시작! '랜더스데이'가 온다." (이마트)

"마트 대전이 시작된다.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 (롯데마트)

롯데와 신세계는 전통의 유통 라이벌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여러 유통 업권에서 1위 자리를 두고 오랜 기간 치열하게 경쟁해왔습니다. 두 기업은 현대백화점 그룹과 함께 유통 '빅3'로 불리기도 하죠. 

라이벌이란 관계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상대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위치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처럼 느껴지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최근 롯데와 신세계가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라이벌'간의 전쟁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이라기보다는 두 기업이 벌이는 축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 정색하고 싸운다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라이벌 구도'로 주목받자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려는 모습입니다. 

지난 30일 열린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창립식. [사진=신세계 그룹 제공]

계기는 신세계가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신세계는 인천 지역 프로야구단인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랜더스'로 새 단장을 하며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4월 3일 열리는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SSG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게 됐습니다. 전통의 유통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이제 그라운드에서도 맞대결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러자 두 기업의 대형마트 업체들이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대규모 할인 행사를 기획해 내놨습니다. 롯데마트의 경우 개막전 경기를 기념해 '자이언트' 용량의 상품을 50%가량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4월 1일은 롯데마트의 창립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4월 한 달간 1000억 원 규모로 2000여 개 품목을 할인해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롯데마트는 특히 이번 행사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라는 문구를 제목으로 썼습니다. 신세계를 겨냥한 문구입니다.  

신세계 그룹의 이마트는 '랜더스 데이'라는 행사로 맞불을 놨습니다. SSG랜더스 창단과 프로야구 개막을 기념해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 행사를 기획했다고 강조했습니다. 4월 1일부터 나흘간 총 행사 품목만 500여 종이 넘는 대규모 행사라고 합니다. 신세계는 야구단을 인수할 때부터 기존 사업들과 야구를 연계해 마케팅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렌더스 데이'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행사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롯데마트 창립 23주년 할인행사. [사진=롯데쇼핑 제공]

흥미로운 점은 롯데의 변화입니다. 롯데그룹은 최근까지 야구단과 연계한 마케팅에는 잘 나서지 않았습니다. 프로야구 인기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혼자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해봤자 롯데 자이언츠 팬들 말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신세계와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니 주목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그러자 롯데도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얼마 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한 소셜미디어(SNS)에서 롯데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그간 야구단을 가진 롯데가 많이 부러웠고, 그래서 신세계 역시 야구단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언급입니다. 다만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를 연결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업을 연계한 마케팅만큼은 롯데가 신세계를 쫓아와야 할 거라고도 했습니다.

대기업 총수가 다른 기업을 겨냥해 이처럼 직접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의 경우 자신의 발언이 기사화해 알려질 거라는 점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쏟아낸 이유가 있을 겁니다. 롯데와 신세계의 라이벌 구도가 더욱더 주목받길 원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전통의 유통 라이벌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던 게 사실입니다. 유통 업계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고,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의 라이벌이 주목받고 있어서입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여기기는 하지만 주목을 끌지는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야구 개막전을 계기로 오랜만에 두 기업의 '라이벌 구도'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롯데도 신세계도 나쁠 게 없습니다. 신세계가 총수까지 나서서 롯데를 도발하는 모양새이지만, 롯데도 이를 즐기며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습니다. 두 유통 기업이 소비자들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한다니 함께 즐기면 그만입니다. 신생 야구단인 SSG랜더스와 전통의 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 결과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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