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6년간 이어오던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 ▷관련기사 : [LG폰, OFF]LG전자 결국 스마트폰 사업 철수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21'에서 영상으로 공개된 롤러블폰은 끝내 세상 밖으로 펼쳐지지 못했다. LG전자는 사업 철수 요인으로 "휴대폰 사업 경쟁 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을 꼽았다. LG전자에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던 MC사업본부가 그간 실적을 깎아먹는 골칫거리였다고 자인한 셈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 합병 후 LG전자 캐시카우로
사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수익 창출을 위한 캐시카우 영역이었다. LG전자가 휴대폰 제조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5년이다. 당시 휴대폰 사업을 담당했던 것은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이다. LG전자는 통신장비 제조 계열사였던 LG정보통신과 2000년 합병했다.
LG전자의 대표 사업분야인 가전은 당시까지만 해도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다. LG전자가 가전 이외의 정보통신이라는 성장 분야가 필요했던 이유다. LG정보통신 역시 LG전자의 해외 글로벌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합병은 쌍방 '윈윈(Win-Win)' 전략으로 평가됐다.
합병 이후 LG전자는 20여년간 휴대폰 사업을 영위해왔다. '화통(話通)'이라는 브랜드를 시작으로 ▲프리웨이 ▲싸이언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수많은 브랜드를 통해 시장을 공략했다.
◇ '스타 모델'의 탄생
특히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절정기를 맞은 것은 초콜릿폰이 출시된 2005년부터였다. 초콜릿폰은 누적 판매량 1000만대의 '텐밀리언 셀러'로 LG 휴대폰의 인지도를 바꿔놓은 제품이었다. 당시 베스트셀러 휴대폰이 많던 삼성전자도 초콜릿폰 같은 '스타 모델'이 없어 경쟁 의식을 느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초콜릿폰의 뒤를 이은 것은 2007년 LG전자가 프라다와 협업해 내놓은 프라다폰이었다. 2007년 출시 이후 18개월 만에 한국에서 20만대가 팔렸고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대를 넘겼다. 당시 88만원이라는 초고가 제품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었다.
프라다폰은 제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마케팅 등을 긴밀하게 협업해 만들어져 단순히 명품의 로고를 붙이는 수준의 기존 명품폰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라다폰 출시를 통해 LG전자는 유럽 시장 등에서 최상위 휴대폰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제품 흥행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2008년 LG전자 MC사업본부의 매출액은 14조1931억원으로 LG전자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 51.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MC본부 영업이익은 1조4242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0%대를 넘겼다.
◇ 늦장 대응이 부른 쇼크
기세를 이어 2009년에는 '롤리팝폰'으로 젊은 층을 공략했다. 당시 최고 인기 아이돌이었던 빅뱅과 2NE1이 함께 부른 '롤리팝'이라는 CM송이 큰 몫을 했다. 그 결과 2010년 3분기에는 휴대폰 분기 판매량이 2800만대에 육박했다.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에 올랐던 때다.
하지만 이같은 성공은 아이러니하게도 LG전자에게 독이 됐다. 피처폰의 흥행에 젖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졌다. 2007년 처음으로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 흥행하자 삼성전자가 다급히 갤럭시S 등 스마트폰 준비에 돌입한 것과 달리, LG전자는 피처폰에 더욱 무게를 뒀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후에도 LG전자는 피처폰에 주력했다. 2009년 9월 초콜릿폰의 명성에 기댄 뉴초콜릿폰을 내놓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LG전자는 당시 최고 아이돌스타였던 소녀시대를 뉴초콜릿폰 모델로 내걸고 기능과 마케팅을 차별화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공습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늦장 대응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0년 2분기 LG전자 MC사업본부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실적 부진 요인은 뚜렷했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었다.
2010년 연간 실적도 처참했다. 이른바 '스마트폰 쇼크'였다. 2010년 MC사업본부 연간 매출액은 13조8405억원, 영업손실 708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21.6%으로 반토막 났고 휴대폰 사업은 LG전자의 캐시카우에서 회사 수익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2011년 역시 적자가 이어져 28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