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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화학기업의 친환경은 '자기부정'일까요

  • 2021.04.20(화) 10:31

화학4사,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 7% 줄여 '1900만톤'
탄소배출권 구매비 아끼고 미래 신사업도 모색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 등 화학 4사가 부쩍 친환경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화학산업은 석유나 화합물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대표적인 '굴뚝산업'입니다. 그런 만큼 다른 산업보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업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친환경 경영'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얘깁니다. 

그럼에도 화학업체들이 친환경을 강조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환경 얘기에 늘 고개를 숙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섭니다. 여전히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 손가락질 받지만 이런 사회적 인식의 굴레도 벗어내야 합니다. 특히 전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대응해 탄소 배출권 구매 부담도 줄이고, 미래 사업도 준비하는 게 화학업체들이 친환경을 부르짖는 이유입니다.

◇ 화학4사 온실가스 줄이기 '안간힘'

20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화학 4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909만8106톤(tCO2eq·equivalent)이었습니다. 이는 전년 2053만4621톤 대비 6.9% 감소한 것입니다. 'tCO2eq'는 이산화탄소(CO2) 외에도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여러 온실가스의 배출량도 CO2 기준으로 환산해 만든 단위입니다. 

업체별로는 사업 규모가 가장 큰 LG화학이 799만6273톤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년보다는 4.9% 감소한 것입니다. 롯데케미칼(523만8831톤)이 뒤를 이었는데, 이 회사는 전년보다 15%나 감소했습니다. 이는 대산공장 사고 여파에 따른 매출 부진 영향이 큽니다. 3위인 금호석유화학(349만4644톤)은 4사 중 유일하게 전년대비 0.5% 증가했습니다. 가장 적게 배출한 한화솔루션(236만8358톤)의 경우 전년보다 4.3% 감소했습니다.

화학 4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처럼 대체로 감소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이들 4개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기업들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의 최신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화학4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1045개 업체 및 사업장 가운데 40위권에 포진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위 1~3%에 해당한다는 얘기죠. 구체적으로 LG화학은 11위, 롯데케미칼 16위, 금호석유화학, 32위, 한화케미칼(현재 한화솔루션) 36위 순입니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탄소 배출권 구매에 대한 부담도 상당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탄소 배출권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게는 수 십억원에서 많게는 수 백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 따라 업종별로 할당돼 결정됩니다.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은 온실가스 배출효율(온실가스 배출량÷제품 생산‧용역량 또는 열‧연료 사용량)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과 업체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할당량을 넘으면 업체는 온실가스를 그만큼 감축하거나 배출권 사야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통해 배출권을 직접 확보해야 합니다.

배출량 기준 업계 2위 수준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탄소 배출권 구매에 연간 70억원에서 200억원 수준까지 썼다고 확인했습니다.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제 거래에 따라 구체적 숫자에 변동성이 있으나, 회계상 부채로 사전 인식하고 있다"며 "올해 구매 건은 내년 6월에 정산하는 식이어서 내년 비용을 올해 미리 회계처리를 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탄소 배출권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주식처럼 수시로 바뀝니다. 가격이 저렴할 때 샀다가 비싸지면 파는 것도 가능하죠. 그러나 이 같은 변동성은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도 됩니다.

부담은 점점 커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7억910만톤 대비 24.4%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또한 2025년 이전에 감축목표 상향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배출권 거래 대금은 무려 1조831억원(거래량 3800만톤)으로 제도 시행 첫해인 2015년 624억원(거래량 570만톤) 대비 16배나 증가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2050년까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죠.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미래 대비하자…'선제적 친환경 투자'

사정이 이런 까닭에 화학 업체들은 탄소 배출량을 직접 감축하거나,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데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지난 2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채권 8200억원과 일반 회사채 38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채권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사용 생산 공정 건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달에는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는 ESG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번달에는 중국에서 열린 플라스틱·고무산업 박람회 '차이나플라스'에 참석해 재생 플라스틱과 썩는 플라스틱, 바이오 원료 기반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와 기술로 중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롯데케미칼의 경우 올해 초부터 ESG 경영전략 '그린 프로미스(Green Promise) 2030'을 내놓고 구체적 실행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손잡고 탄소중립 및 친환경사업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탄소 포집과 활용을 위한 실증 설비도 여수1공장에 설치했습니다. 최근에는 울산시와 손잡고 울산2공장에 202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해 폐페트를 재활용하는 공장을 신설할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중장기적인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도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글로벌 GES(Green Energy Solution) 사업부를 확대 개편하고 오는 2025년까지 해당 분야에서만 연간 5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입니다. 금호석유화학도 최근 주총에서 ESG위원회를 새롭게 설치하고 친환경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랍니다. 

이 같은 화학사들의 ESG 경영과 신사업 행보는 전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와 탄소 배출권 비용 부담 등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입니다. 친환경 사업을 추진해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면 탄소배출권 구매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 친환경 사업 자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기회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분야 신사업으로 벌써부터 신성장동력을 마련한 곳도 있습니다. LG화학의 작년 석유화학 부문 매출액은 14조3000억원으로 전년 17조원 대비 대폭 축소된 반면, 에너지솔루션(전기차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2018년 6조5000억원에서 작년 12조4000억원으로 거의 배가 됐습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발전 영역을 담담하는 큐셀 부문의 작년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2% 증가한 1904억원을 기록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탄소 베출권 구매 관련 비용 감소를 위한 노력만으로 수익성 관점에서 당장은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면서도 "미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신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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