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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약가 인하는 문제"…'R-존' 도입 필요

  • 2021.09.30(목) 17:28

특정 제형‧품목에 약가인하 쏠림 현상 '문제'
"실거래가-약가 차이에 따라 약가인하 유예해야"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약가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건강보험 재정 효율을 도모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주사제 등 특정 제형과 품목에 약가인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실거래가와 약가의 차이에 따라 약가인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R-존(zone)'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30일 '합리적인 약가제도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공동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가 현행 약가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합리적인 약가제도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 캡처

이날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현행 약가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2020년 세 번의 약가인하 결과 최대인하율 10%에 해당하는 품목은 약 2% 정도였고 1% 미만 약가인하된 품목이 43.4~51.8%로 가장 많았다. 그동안 평균 4061품목에 대해 평균 1.5%의 약가를 인하해 평균 1081억원의 보험재정이 절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세 번에 걸친 실거래가 약가인하에서 평균 3분의 2 이상의 품목에서 중복 약가인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3번의 실거래가 약가인하 품목 수 상위 10개사는 명인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환인제약, 동아에스티 등이 포함돼 있다.

명인제약의 경우 지난해 실거래가 약가인하 품목수가 172개 품목으로 가장 많았다. 명인제약은 2018년에도 135개 품목으로 최다 약가인하 품목수를 기록한 바 있다. 2016년에는 126개로 실거래가 약가인하 품목수 상위 2위였다. 

또 2020년에 인하된 3924품목 중 71%에 해당하는 2795품목은 2018년에도 인하됐고 48%인 1893품목은 2016년에도 이미 중복해서 인하됐던 품목이었다. 뿐만아니라 약가가 중복해서 인하된 품목 중에는 주사제 비율이 44~48%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특정 제약사가 특별한 위법 행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가인하라는 불이익 처분을 지속적으로 중복해서 받는 것은 제도 적용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특정 품목 및 특정 제형(주사제)에 대한 약가인하 쏠림 현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호주의 약가인하 제도 비교. /자료=합리적인 약가제도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 캡처

그는 현행 실거래가 약가제도의 합리적 시행을 위해 일본, 대만, 호주 등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소위 'R-존(zone)' 도입을 주장했다. R-존은 실거래가와 약가의 차이에 따라 약가인하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5%, 대만은 신약 15% 및 제네릭 6%, 호주는 10%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 기존 R-존 2%를 2022년도부터 5%로 확대 적용한다. 이 범위 내 의약품들은 약가인하가 유예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세 번에 걸친 실거래가 약가인하 결과에 일본의 R-존 5%를 적용해 보면 그동안 인하된 품목의 80.5~89.3%가 약가인하 유예 품목에 해당한다"며 "R-존은 약가조사에 의한 약가인하를 할 때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약가관리제도 시행할 때는 공급자인 제약업계와 논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R-존 도입을 촉구했다. 이병태 HK이노엔 팀장은 약가인하로 절감한 건강보험 재정 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커 약가인하 제도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팀장은 "1% 미만 약가인하율 품목들이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결과를 미쳤는지 대략 산출해보면 360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약가인하를 통해 제약업계에서 드는 사회적 비용을 추정한 결과 500억원 수준이었고 약국가와 유통업계까지 더하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실거래 약가인하 효과 분석을 할 때 재정 절감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 전반으로 영향을 받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합리적으로 인하폭을 제한해 둔 'R-존'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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