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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국내 약가제도, 국감서 호된 질타

  • 2022.10.20(목) 18:04

개량신약 리포락셀, 건보 급여 미등재로 '사장' 위기
"유망 국내 제품이 과거 제도로 발목 잡혀선 안 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약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개량신약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량신약은 일반 신약보다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개발이 가능해 업계의 관심이 높지만 이와 관련한 약가제도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약가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쳐

개량신약은 의약품의 용법이나 용량 등을 변경해 편의성이나 효능을 높인 신약이다. 신약에 비해 개발 비용과 기간이 적게 들지만, 오리지널 의약품과 용법·용량이 동일한 제네릭(복제약)보단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개량신약은 신약 개발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산업을 이끌어온 주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량신약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약가제도가 보험 재정 절감에만 초점을 둔 탓이다. 이날 김 의원은 "대화제약의 리포락셀은 투여경로를 변경한 개량신약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지만, 약가 우대 규정이 미흡해 5~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건강보험 급여 미등재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리포락셀은 대화제약이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 경구용 위암 개량신약이다. 지난 2016년 9월 기존 제품 대비 복용 편의성을 높인 기술 진보성을 인정받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당시 주사제 위주의 처방 시장에서 경구용 치료제를 내놓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약가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의 건보 급여 미등재는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건보 급여에 오르지 못하면 약값의 10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급여 적용이 가능하면서 효과가 같거나 비슷한 다른 의약품으로 처방이 전환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리포락셀의 경우 건보 급여 미등재로 처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심사에 필요한 임상도 제때 진행하지 못했다는 게 대화제약 측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을 평가하는 데 있어 해외에서 국내 약값을 낮게 참조하는 잣대를 적용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며 "강한 약가 인하 정책은 자국 제약 산업의 성장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국산 개량신약이 합리적으로 가치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산 신약의 가격을 산정할 때 참조하는 '대체약제군'에 약가가 대폭 떨어진 제네릭까지 포함한다. 이로 인해 개량신약 역시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당초 오리지널 의약품의 평균 45%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김 의원은 개량신약이 신약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개량신약의 수익을 연구개발의 주된 재원으로 사용해 국내 기업이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품이 오래전에 만들어진 약가 제도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가제도는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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