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사이자 투자부문을 맡고 있는 SK㈜가 차세대 에너지 관련 기업에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1조원에 육박한 자금(약 9795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에너지솔루션 전문기업 아톰파워의 지분 및 경영권 인수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 조기 달성 기조에 발맞춰 국내외 에너지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SK㈜와 SK에너지는 미국 에너지솔루션 기업 '아톰파워(Atom Power)' 경영권을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2014년 설립된 아톰파워는 전력 반도체로 제어되는 회로차단기 기술 이른바 '솔리드스테이트 서킷브레이커(SSCB)'을 개발한 곳이다.
SSCB는 전력 과부하 발생시 전류를 차단하는 역할만 하는 일반 회로차단기와 달리 각 세대 전력의 중간관문 역할을 하면서 전력 사용 데이터를 측정 및 수집하는 역할도 한다.
수집하는 데이터는 다양하다. 전력 사용량부터 태양광 발전량이나 전기차 충전량, 에너지 저장장치(ESS) 충∙방전량까지 모을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전력 발전이나 소비 양상을 예측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 생산자는 적정 발전량을, 소비자는 전력 가격을 예측할 수 있어 에너지 시장에서의 편익 증대가 기대된다.
아톰파워의 기술은 향후 SK가 국내외에서 '에너지솔루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래 전력 산업은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진화 발전 중이며, 분산형 전력 산업을 보다 스마트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전량, 소비량 등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제어하는 솔루션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SK에너지는 기존 내연기관차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주유, 세차, 정비 등의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EV 고객으로 확대하면서, 아톰파워의 EV 충전기 개발역량을 활용해 친환경 모빌리티와 에너지솔루션을 통합한 미래형 에너지 사업을 모색할 계획이다.
SK㈜ 김무환 그린투자센터장은 "아톰파워 인수를 통해 에너지솔루션 사업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발판삼아 에너지솔루션 플랫폼 구현 및 다양한 사업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탄소배출 넷제로'를 조기 달성할 것을 선언한 이후 차세대 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세계최초로 청록수소 상업화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청록수소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청록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청정 수소로 꼽히고 있다.
작년말에는 미국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에 국내 사모펀드와 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했으며 올 4월에는 전력반도체 설계 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에 총 1200억원을 투입해 지분 96.8%를 확보했다.
이달 들어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 주도로 '2030년까지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감축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밝힌 SK는 '탄소 배출 없는 안전한 전력원'으로써 SMR에 주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