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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기술이전 11년 만에 결실 본 '한미약품'

  • 2022.09.14(수) 07:40

국산 신약 33호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FDA 허가
세계 4조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 본격 진출
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도 11월 FDA 허가 기대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방역해제 후 맞이한 첫 명절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한미약품은 추석 당일인 지난 10일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미국명 롤베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고 전해왔는데요. 롤론티스(LAPS-GCSF)는 한미약품의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입니다. 

호중구감소증은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호중구가 감소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방어체계가 약해지고 그에 따른 감염 위험이 높아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요. 주로 선천적인 요인 또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는 암 환자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현재 글로벌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인 암젠의 '뉴포젠'(성분명 필그라스팀)과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가 잡고 있습니다. '뉴포젠'은 암젠'이 1991년 출시한 1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입니다. 뉴포젠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들이 대거 출시됐고 국내에서는 동아에스티, HK이노엔(당시 CJ헬스케어) 등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국내에 출시했죠. 그러나 1세대 치료제들은 매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암젠은 이를 보완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는 2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스타'를 2002년 출시했습니다. 뉴라스타는 1주일에 1번 투여로 투약편의성을 높였고 항암제 투여 후 24시간 후 투여가 가능해 항암화학요법 주기에 맞춰 투여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는 GC녹십자(제품명 뉴라펙)와 동아에스티(제품명 듀라스틴)가 뉴라스타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내수용이 대부분입니다.

한미약품의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가 주목받는 건 3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을 열었다는 점과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다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롤론티스의 성분인 에플라페그라스팀은 기존의 페그필그라스팀과 작용기전이 유사하지만 신규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유도체로, 해외에 등재되지 않은 바이오신약인데요. 

기존 1세대 치료제는 1일 1회, 2세대 치료제는 1주 1회 투여해야 했지만 롤론티스는 3주에 1회 투여하면 돼 투약편의성을 대폭 높였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병의원이 인접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병원과의 거리가 멀어 연장된 투여주기가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죠.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골수를 자극해 백혈구 중 과립구 형성을 촉진하는 당단백질의 일종으로, 호중구감소증 치료와 예방에 쓰인다.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미약품이 롤론티스 개발을 시작한 건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 9월과 10월 각각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1상을 승인받았는데요. 자체 임상1상을 성공리에 마친 후 임상2상과 3상 필요한 대규모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2012년 미국 스펙트럼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스펙트럼이 한국, 중국,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판권을 갖는 조건으로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임상은 수월하게 진행됐고 임상 결과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국산 신약 33호로 품목허가가 났지만 미국의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품목허가는 1년여가 소요되지만 롤론티스의 품목허가를 승인받기까지 4년여가 걸렸습니다. FDA의 허가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한데요. 허가심사 과정에서 추가 자료보완 요청에 대응하던 도중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했고 이 영향으로 바이오플랜트 현장실사까지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죠.

결국 미국에서 바이오신약으로 인정받기까지 개발부터 14년, 기술이전 후 11년이 걸렸습니다. 전임상 등 연구단계까지 합하면 총 연구개발 기간은 15년이 넘습니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쾌거로 환호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이후 잇따른 기술반환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대한 한미약품의 의지는 흔들림 없이 꿋꿋했습니다. 지난 2020년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던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가 반환됐지만 또 다른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얀센에 기술이전했던 비만‧당뇨병 치료제 'HM12525A'는 2019년 권리가 반환됐지만 1년 후인 2020년 MSD에 다시 기술이전을 성사시켰습니다. 기술반환이 신약 개발의 끝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여기에 스펙트럼사에 기술이전한 또 다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도 오는 11월 허가여부가 결정됩니다. 롤론티스는 미국에서 '롤베돈'이라는 이름으로 올 4분기 출시될 예정인데요. 롤론티스의 뒤를 이어 포지오티닙도 미국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얻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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