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을 3개 이상 보유한 국내 바이오텍은 흔치 않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내년 미국 임상2상 진입을 목표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은 1~3년 내 기술이전을 목표로 개발에 몰두하겠다.
성승용 샤페론 대표이사는 21일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에서 회사의 핵심 경쟁력과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샤페론은 지난 2008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실험실 벤처로 출발한 기업이다. 창업자인 성승용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와 2020년 10월 합류한 전문경영인인 이명세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6명의 전문 의료인, 13명의 박사 및 17명의 석사를 포함해 총 40명의 임직원이 재직 중이다.
이제껏 면역학계에선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이물질이 몸속에 침입해서 염증이 발생한다는 이론이 우세했다. 반면 성 대표는 지난 2004년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에 세계 최초의 염증 개시 가설인 DAMPs 이론을 제시했다. 외부 이물질이 파괴한 조직이 쌓이면서 염증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샤페론은 DAMPs 이론에 기반한 면역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성 대표는 "파괴된 조직은 물에 녹지 않는다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는데 이런 조직의 체내 농도가 증가하면 염증이 발생한다는 게 DAMPs 이론의 골자"라며 "이들 물질을 녹이는 계면활성 성분을 이용해 항염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샤페론의 염증복합체 억제제는 상위 경로에 존재하는 'GPCR19'을 표적해 부작용을 줄이고 더 광범위한 효과를 낸다. 그는 "GPCR19는 면역세포에만 분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높은 항염증 효과를 보인다"면서 "전임상 과정에서 자사의 약물을 투여했을 때 T세포 등의 면역세포가 증가한다는 것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염증복합체 억제제 기술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누세린' △코로나19 폐렴 및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누세핀' 등을 개발하고 있다. 누겔은 현재 국내 임상2상을 진행 중으로, 내년 임상2상 개시가 목표다. 지난해 국전약품에 기술이전(L/O)한 누세린은 임상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누세핀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다국가 임상2상을 완료,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으로부터 91억원을 지원받아 2b/3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IPF를 적응증으로 누세핀을 L/O한 바 있다.
성 대표는 "IPF 치료제는 브릿지바이오를 통해 1년 내 L/O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폐렴 치료제는 내년 상반기 글로벌 2b상을 마친 후 조건부 허가를 받아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노바디 플랫폼 역시 샤페론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나노바디는 낙타, 라마 등 낙타과 동물의 혈액 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특수 항체다. 기존 항체의 10분의 1 정도의 크기가 작아 조직 침투성과 항원 접근성이 좋다. 이를 기반으로 면역항암제와 차세대 염증성 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나노바디 플랫폼을 이용하면 면역 부작용을 줄이고 다양한 제형의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면서 "현재 나노바디 플랫폼에 이중항체, 메신저 리보핵산(mRNA), 표적 단백질 분해기술(프로탁)과 같은 혁신적인 치료 접근법(모달리티)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샤페론은 기술특례상장을 활용해 코스닥 시장 입성에 도전한다. 코스닥 기술성평가 제도는 기술성이나 상업성이 뛰어난 업체가 전문 기관의 평가를 거쳐 상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샤페론은 지난 2020년 기술성평가에 탈락하면서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1월 기술성평가에선 나이스평가정보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아 여유 있게 통과했다.
총 공모주식수는 274만7000주로, 100% 신주 모집이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8200~1만200원이다.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최대 28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예상 시가총액은 1823억~2268억원이다. 오는 29~30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후 내달 6일과 7일 일반 청약을 받아 10월 중 코스닥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성 대표는 "상장 후 선도 바이오 기업과의 기술이전, 글로벌 리딩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 효과와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킨 차세대 염증복합체 억제제 개발 등을 통해 염증 질환 치료제 분야를 선도하는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