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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책임한 태도로 거취 위태로운 질병관리청 수장

  • 2022.10.07(금) 16:49

국감 질의서 최근 5년간 주식 거래내역 제출 거부
회피·면피성 답변 일관…해임결의안·단독 국감 검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시 7년이하 징역 등 엄중 처벌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뻑뻑한 고구마를 입안 가득 먹는 느낌이다. 바로 지난 5월 질병관리청 청장으로 취임한 백경란 청장 얘기다.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감에서 백 청장의 태도는 마치 유치원생 같았다. 

시작은 5일 오전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취임 전 바이오 주식 보유 및 매각 관련 질의와 자료 제출요청부터였다. 이미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여서 다수 국민들이 백 청장이 바이오 주식을 보유했다가 취임 후 매각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8월 공개한 '재산공개자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백 청장은 신테카바이오 3332주, 바디텍메드 166주, 알테오젠 42주,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SK바이오팜 25주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백 청장은 지난 5월 18일 제2대 질병관리청 청장에 취임했고 이후 6월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처분했다. 나머지 바이오 관련 주식은 지난 8월 인사혁신처에서 직무연관성 심의에 돌입하면서 매각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사진=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유튜브 생중계 캡쳐

백 청장은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발한 직후인 2019년 12월 질병관리청이 코로나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신설한 '감염병관리위원회'에서 올해 4월까지 자문위원을 맡았다. 그 산하에 있는 '감염병 위기관리 전문위원회'와 '감염병 연구기획 전문위원회'의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2020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백신도입 자문위원회를 맡아온 상황에서,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의 위탁생산을 맡고, 국산 백신 개발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백 청장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 중인 '신테카바이오'는 446억원에 달하는 '인공지능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국가지원사업에 선정돼 현재 국가 지원을 받고 플랫폼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테카바이오 대표이사가 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였다는 사실이 더해져 국가지원사업 선정과 관련한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국감에서 백 청장에게 바이오 주식 거래와 관련해 질의 및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한 건 강훈식 의원뿐만이 아니었다. 신현영‧김민석‧김원이‧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료제출을 촉구했지만 백 청장은 앵무새처럼 똑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매각했다", "개인정보라 공개하기 어렵다", "모르겠다", "언론에서 봤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문시절 질병관리청장일 때 가지면 안 되는 주식이 일부 있었는데 청장 취임하면서 처분한 거죠"라고 묻자, 백 청장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본인이 매입, 매각한 주식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모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문제는 바이오 주식 관련 내용이 아닌 질병관리청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에서도 동문서답을 하거나 회피성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김민석 의원은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단규명을 했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9월 10일 활동을 종료한 것과 관련한 질문을 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참사결과에 '폐질환의 발병 원인을 환경이 아닌 바이러스에서 찾는 바이러스 프레임에 매몰돼 있는 질병관리본부’에 대해 비판적 지적을 한 대목이 있다"며 "이 부분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거나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백 청장의 대답은 김 의원과 국감 내 참석자들, 온라인 생중계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실소케 했다. 백 청장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좀 부족하다고 판단을 하는 것으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바이러스 프레임에 매몰돼 살균제 관련 질문을 코로나로 풀이한 것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공약이 '코로나 백신 피해는 국가 책임'이라는 점과 백신 접종 사망자 사례 등 일부 질문에는 "언론에서 봤다"고 답변했고,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관련해서는 "보고받지 못해서 답을 못 하겠다"는 등 계속 회피성 발언을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해임결의안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기합의된 날짜 외에 질병청만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질병청의 단독 국감이 진행될지 여부는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 청장은 청장 취임 전의 거래내역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정부 자문위원도 재산상의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 백 청장이 질병청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이전의 바이오 주식 거래는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청장 취임 이후가 아니라 '자문위원' 당시 직무윤리적인 부분에서 반드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정보를 활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경우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 

의혹은 숨길수록 더 커지는 법이다. 두 갈래 갈림길이 있지만 결국 만나는 지점은 하나다. 자진해서 자료를 공개하거나 버티다 강압적인 조사에 의해 밝혀지거나다. 이미 백 청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전 국민이 청원으로 목소리를 더 높이기 전에 스스로 수습하는 현명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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