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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빅딜 난기류]①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왜 계속 미뤄지나

  • 2022.11.21(월) 17:16

인수 추진 2년 넘어…아직 5개국 결정 못해
대한항공, 독점우려 해소 위해 외항사 유치중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2년 넘도록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아직 5개국의 승인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두 기업 간 결합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항공 빅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닐까. 지난 2년여 인수과정과 앞날을 살펴봤다. [편집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2년째 표류하고 있다. 2020년 11월 인수를 추진해 작년 6월 말 항공 빅딜을 마무리 짓겠단 당초 계획이 경쟁 당국의 깐깐한 잣대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최근엔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승인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기업 간 결합으로 일부 노선에 대해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지난 9월 호주의 무조건 승인 이후, 급물살을 탈것으로 예상됐던 항공빅딜이 다시 난기류를 맞았다. 

美·英 "좀 더 지켜보겠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한국-영국 노선에 대해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한국과 영국을 잇는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CMA는 공지를 통해 "영국 런던-서울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라며 "런던-서울 노선 이용객에게 더 높은 가격과 서비스 품질 저하의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CMA는 21일(현지시간)까지 두 기업 간 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요인의 해소방안이 담긴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을 토대로 오는 28일 합병 승인 여부를 내릴지, 2차 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하겠단 입장이다.

미국도 지난 15일(현지시간) 두 기업 간 기업결합에 대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 당국도 양사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는지 더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특히 미국은 영국과 달리 두 기업의 기업 결합에 대해 무조건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국가다. 임의 신고국 영국과 달리 미국은 필수신고국가다. 필수신고국가 중 한 국가라도 기업 결합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미국 경쟁당국에서 요구하는 자료 및 조사에 성실히 임해 왔다"며 "향후 심사 과정에도 적극 협조해 마무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무조건 '승인' 받아야 할 곳만 4개국

대한항공이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힌 후 현재까지 승인을 받은 국가는 모두 9개국이다. 필수신고국 5개국(터키, 태국, 대만, 베트남, 대한민국), 임의 신고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4개국이다. 

항공 빅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선 아직도 4개국 승인을 더 받아야 한다. 이번 기한 연장을 통보한 미국을 포함해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이 필수신고국가이다. 이들 국가의 최종 결정 시기는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제외한 필수신고국 중 올해 결정을 내린 곳이 한 국가도 없다"며 "결합 심사가 계속 미뤄지면서 (승인 여부가 기업 결합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므로) 결정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항공이 미국에 자료를 제출한 후(8월말) 75일 내 결정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다른 필수신고국가의 승인 여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도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업계에서는 EU의 승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기업 결합에 대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EU는 지난해 캐나다 1,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와 에어트랜샛 합병에 대해 경쟁 제한성 우려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결국 에어캐나다는 인수를 자진 철회했고 합병은 무산됐다. 

한국도 올해 1월 EU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다. EU는 당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두 기업 간 결합으로 일부 선박에 대해 독점이 발생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델타 항공과 조인트벤처(두 항공사가 한 회사처럼 노선을 운영하고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는 형태)를 설립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런 점을 미 당국 측에 강조하면 (기업 결합 승인에) 충분히 승산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EU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연합체를 구성한 개념이기 때문에 가입국 일부만 반대 목소리를 내면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며 "남은 필수신고국가 중 EU가 가장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외항사 유치 총력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대부분의 경쟁 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독점 우려를 해소하고자 외항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이 영국에 제출하게 될 시정 조치안에도 외항사를 유치하겠단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이 영국-한국 취항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이 임의 신고 국가이기 때문에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임의, 필수신고국 지위와 상관없이 각국의 결정이 서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영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노선 일부에 대해서도 외항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영진이 직접 나서며 외항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외항사에 대해 인천-LA(로스앤젤레스) 노선 취항을 제안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EU, 영국 등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기 위해선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보단 외항사 유치가 더 적합할 것"이라며 "대한항공도 중·단거리 기종을 주로 보유한 LCC에 접촉하기 보다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대형 항공기를 보유한 외항사들에게 접촉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황 교수도 "외항사를 유치하고 노선을 배분하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독점 해소에) 가장 현실적"이라며 "다만 그 노선이 외항사에게 매력적일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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