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업계는 최악의 하락 국면(다운턴)을 지나고 있는데요. SK하이닉스는 이 상황을 이겨낼 승부처를 서버용 메모리 시장으로 보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서버용 D램 메모리인 'DDR5 MCR DIMM(Multiplexer Combined Ranks Dual In-line Memory Module)' 샘플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는데요. 데이터 센터와 서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DDR5 MCR DIMM은 서버용 D램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라고 해요. 제품이 도입되면 어떤 혁신적인 기능이 우리의 삶에 반영되는 것일까요. SK하이닉스 뉴스룸을 참고했어요.
DDR5 MCR DIMM이 뭐길래
D램은 램(RAM, Random Access Memory)의 종류 중 하나인데요. 램은 정보를 읽을 때 순차적으로 읽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읽을 수 있어 읽기·쓰기 속도가 빠른 메모리예요.
'DDR(Double Data Rate)'은 D램 종류 중 하나인데요. 초기 D램은 컴퓨터의 동작 리듬에 맞춰 한 번의 클럭에 한 번에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았어요. 이를 SDR(Single data rate)이라고 해요. 여기서 클럭이란 전압이 왔다 갔다 하는 한 사이클을 말하는데, D램은 이 클럭 단위로 움직여요.
이에 비해 DDR은 한 번의 클럭 신호에 데이터 두 개를 처리하는 것을 말해요. CPU(중앙처리장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이에 맞는 속도의 메모리가 필요해지자, 낮은 전력으로 한 번의 클럭에 데이터를 두 번 전송할 수 있는 DDR D램이 탄생하게 됐죠. DDR5는 그 DDR의 다섯 번째 세대라는 뜻이에요.
MCR DIMM은 이런 DDR5 D램 여러 개를 기판에 결합한 모듈 제품이에요. 기존 DDR5 D램 단품을 변경 없이 사용하면서 랭크를 동시에 2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고 해요.
보통 D램 모듈에서는 1개의 랭크에서 한번에 64바이트(Byte)의 데이터가 CPU에 전송돼요. 이에 비해 MCR DIMM에서는 2개의 랭크가 동시 동작해 한 번에 128바이트가 CPU에 전송되는 것이죠. 모듈에서 CPU로 가는 회당 데이터 전송량을 늘려 D램 단품보다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합쳐서 전송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게 '데이터 버퍼'에요. 버퍼는 D램 모듈 위에 같이 탑재돼 D램과 CPU 사이의 신호 전달 성능을 최적화하는 부품인데요.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른 서버용 D램에 많이 활용하죠. MCR DIMM에서는 기존 D램 대비 두 배의 데이터가 들어오기 때문에 데이터 버퍼의 성능 역시 향상시켰다고 해요.
MCR DIMM의 개발 주역인 김영준 TL은 "특히 이번 개발은 글로벌 기업인 미국의 인텔과 일본의 르네사스와의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어요. 서버용 CPU를 개발하는 인텔과 MCR DIMM에 적용된 데이터 버퍼를 개발한 르네사스가 협업해 최적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얼만큼 빨라졌나
이렇게 개발된 MCR DIMM의 동작 속도는 8Gbps(기가비트) 이상이에요. 이는 전 세계 서버용 D램 중 가장 빠른 속도인데요. 기존 서버용 D램의 4.8Gbps보다 80% 이상 속도 향상을 이뤄냈어요.
이는 비약적인 성능 개선이라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인데요. 보통 DDR5 D램의 경우 업계에서 새로운 세대의 제품을 개발할 때 이전 세대 대비 800Mbps(메가비트) 정도의 성능 향상 폭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예를 들어 4800Mbps 동작 속도의 D램이 있다면 다음 세대는 800Mbps 빨라진 5600Mbps 수준의 D램이 개발돼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개발한 MCR DIMM의 동작 속도는 8000Mbps 이상이라고 해요.
MCR DIMM 개발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었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표준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하는 차별화 제품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것을 새롭게 개척해야 했던 것이죠.
제품 개발에 참여한 이종연 TL은 "기존의 제품들은 새로운 세대를 개발할 때 어느 정도의 성능이 나온다는 목표치가 있지만 이번 제품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나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목표 환경을 꾸미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어요.
디지털 전환 핵심 인프라, 서버용 D램
SK하이닉스의 MCR DIMM 개발은 최근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 흐름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현재 금융을 비롯해 쇼핑, 여행, 문화, 교통, 비즈니스 등 모든 분야가 디지털상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았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는 개개인의 모든 생활권이 데이터화 되고, 이런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서버는 더욱 높은 수준의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요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요. SK하이닉스는 MCR DIMM이 가까운 미래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데이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보고 있어요.
물류 운반을 예로 들어볼게요. 물류를 운반하기 위해선 더 넓고 쾌적한 고속도로와 더 빠르고 안전한 화물차가 필요해요. 서버용 D램이 하는 역할도 화물차와 비슷해요. 데이터가 더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서버용 D램이 디지털 구축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이유에요.
MCR DIMM 개발을 진두지휘한 김홍배 PL은 "MCR DIMM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D램"이라며 "기존에 사용되던 서버용 D램 모듈과 비교하면 80% 이상 성능 향상을 이뤄내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이례적인 성과"라고 자평했어요.
SK하이닉스는 향후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MCR DIMM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고객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MCR DIMM이 바꿀 미래가 기대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