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동맹'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노트북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하면서다.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TV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탑재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노트북서 시작된 동맹
LG전자는 지난달 24일 플래그십 노트북인 그램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최초로 노트북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LG전자는 그램 시리즈에 LCD 패널 탑재를 고집해왔다. 하지만 최근 LG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철수를 결정한 데다 다른 노트북 업체들이 OLED 패널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자 LG전자도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OLED는 LCD패널 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선명한 화질과 높은 응답속도 등 성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사실은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가 노트북용 중소형 OLED 패널 생산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 패널에 중점을 두고 OLED 생산 라인을 구성한 상태다.
이에 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태블릿,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노트북용 OLED 출하량은 595만대였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체의 99.8%인 594만대를 생산했다.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노트북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트북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LG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TV까지 이어질까
일각에서는 노트북 분야에서 삼성과 LG의 OLED 협력이 TV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한차례 협상이 결렬된 전적이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 QD(퀀텀닷)-OLED TV를 출시하고 OLED T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당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수율이 낮은 점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패널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공급 협상을 벌였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대형 OLED에 역량을 집중해온 탓에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대형 OLED 생산 능력은 연간 1000만대 수준이다.
하지만 협상은 무산됐다. 지난해 7월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는 "신규 고객(삼성전자)이 저희 OLED 패널을 사용하고자 협상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 없다"며 협상 중단 소식을 알렸다.
그 사이 상황이 많이 변하면서 협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수율을 90%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의 QD-OLED TV 생산에도 숨통이 트였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연간 200만장의 OLED 패널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QD-OLED 생산량을 100만대에서 130만대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QD-OLED TV 55인치와 65인치 제품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QD-OLED TV가 국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추가로 매입해 OLED TV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LG디스플레이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6일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와 협업은) 소원해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단계로 협상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