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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자사주 취득의 '허와 실'…휴젤은

  • 2023.02.18(토) 11:00

보툴리눔톡신 균주 유출 소송서 메디톡스 승소로 '휴젤' 주가 하락
휴젤, 2016년부터 8회 걸쳐 자사주 취득·2차례 자사주 소각도

휴젤은 최근 NH투자증권과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래픽=비즈워치

휴젤이 최근 NH투자증권과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업이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자사주를 취득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입니다. 

특히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사주 취득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많습니다. 휴젤을 포함해 일성신약, 셀트리온, 콜마비앤에이치, 동아에스티 등도 올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휴젤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유독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휴젤이 최근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배경에 대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소송결과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어서입니다. 

메디톡스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 1호를 탄생시킨 기업입니다.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인 '메디톡신'을 출시한 후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국산 보툴리눔 톡신을 줄줄이 쏟아냈죠. 휴젤과 대웅제약, 휴온스, 종근당, 파마리서치, 휴메딕스,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등입니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 /그래픽=비즈워치

해외에서는 엘러간, 멀츠, 입센 등 극소수 기업들만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한 반면, 국내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해외에서도 발견되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다수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메디톡스가 자사 균주 유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휴젤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보툴리눔 톡신의 균주 유출 의혹 기업 중 하나입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다음 타깃으로 휴젤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먼저 대웅제약을 상대로 문제 제기를 했었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영업비밀 유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동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영업비밀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대웅제약의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대웅제약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자사 지분과 나보타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메디톡스에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ITC 소송결과는 무효화됐고요. 

대웅제약과 ITC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메디톡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휴젤을 상대로 ITC에 소송을 제기, 현재 진행 중입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휴젤을 상대로 동시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대웅제약과의 소송 결과가 나온 후 휴젤에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현재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에서 형사·민사소송을 진행 중인데요. 소송결과에 따라 휴젤의 소송 여부도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민사소송 1심에서 메디톡스가 승소하면서 대웅제약뿐 아니라 휴젤도 주가가 대폭 하락하기도 했죠. 시기적으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1심 결과는 지난 10일에 나왔고 휴젤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14일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메디톡스 '보톡스 전쟁'서 승소…법원 "대웅제약이 몰래 써"]

자사주 취득은 일반적으로 호재로 여겨져 일시적인 주가 상승효과를 불러오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했을 때 유통주식수가 감소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기업이 자사의 주식을 매입했다는 건 주식이 저평가돼있으며, 미래 성장성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처분해서 수익을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실제로 자사주 취득은 허와 실이 갈립니다.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법은 기업이 직접 장내에서 매입하는 것과 투자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간접취득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직접취득하는 것이 간접취득하는 것보다는 신뢰할 수 있습니다. 직접취득은 3개월 이내에 공시한 대로 목표 수량을 사들여야 하고 매수주문 수량 및 횟수, 가격 등이 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신탁계약을 통한 자사주 취득은 직접취득과 달리 강제성이 없어 나중에 매입을 안 해도 문제가 안 됩니다. 실제로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 공시만 하고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 신탁계약은 매입한 자사주를 계약기간 내에 매도할 수도 있죠. 

휴젤 역시 NH투자증권과 신탁계약을 통해 올해 2월 15일부터 오는 8월 14일까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휴젤의 이번 자사주 취득은 보여주기식 공시라고 봐야 할까요? 그동안 휴젤의 행보를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휴젤의 자사주 취득, 처분, 소각 내역. /그래픽=비즈워치

휴젤은 지난 2016년부터 직접취득과 신탁취득 각각 4회씩 8회에 걸쳐 총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습니다. 특히 휴젤의 주주가치 제고의 진심은 자사주 처분과 소각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회사의 자사주 처분은 두 차례 있었는데요. 지난 2017년 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했고,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약 1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 중입니다. 모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 교부'가 목적이었고요. 

뿐만 아니라 휴젤은 2019년에 364억여원과 2021년에 259억여원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2019년 동양에이치씨를 흡수합병하면서 합병신주 발행으로 희석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80만주를 무상감자하기도 했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일은 드뭅니다. 그만큼 휴젤은 주주가치 제고에 진심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부당한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휴젤은 업계에서도 인정할 만큼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통해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힘써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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