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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인심내는 대한항공, 다음계획 뭘까

  • 2023.02.21(화) 15:25

최대 실적에 4년만에 배당·계열사 자금 수혈까지
한진인터내셔널 매각은 부인·왕산레저 매각은 검토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대한항공이 그간 쌓아둔 현금 곳간 문을 연다. 4년 만에 배당을 재개한 데 이어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 대한 자금 수혈에 나섰다. 대한항공이 배당과 자회사 자금 수혈에 쏟는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 이는 코로나 기간 동안 화물 사업 호조에 현금을 두둑히 쌓은 덕분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현금성 자산은 5조원을 넘어선다.

4년 만에 배당길 열렸다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 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통주 주당 750원, 우선주 주당 800원으로 배당총액은 2779억원이다. 대한항공이 배당을 실시하는 건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부터 결손금이 누적된 탓에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던 때인 2020년 1분기 대한항공의 별도 기준 결손금은 7769억원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후 여객 사업 비중을 낮추고 화물 사업에 집중하면서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동량이 증가했고 항공 화물 운임 가격도 크게 뛴 덕분이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작년 별도기준 역대 최대 실적(매출 13조4127억원, 영업이익 2조8836억원)을 달성했다. 

대한항공 연간실적. /그래픽=비즈워치

현금성 자산도 크게 불어났다. 작년 말 기준 대한항공의 현금성 자산은 5조3581억원(단기금융상품)으로 전년 대비 43.2% 증가했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신주 취득(1조5000억원)분을 제외해도 곳간은 넉넉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배당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3년 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미실현 손익 제외) 30% 이내에서 배당할 것"이라며 "만약 배당에 대한 추가 여력이 생기면 상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광 자회사 자금 수혈, 매각 신호?

대한항공은 곳간이 넉넉해지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계열사 지원에도 나섰다. 대한항공은 이날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이하 HIC)이 추진하는 7억1400만달러(934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HIC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법인으로, 호텔, 컨벤션센터, 오피스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다. HIC의 경영 상황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HIC는 2017년 당기순이익 2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1000억원대가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2018~2022년 3분기)동안 누적된 당기순손실 규모만 47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이미 2100%를 넘어섰다. 

HIC는 이번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차입금은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린 돈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기간 동안 HIC가 총 9억달러 규모의 차입금 연장에 어려움을 겪자 6억달러를 대여해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HIC가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실시한 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다시 그 금액이 대한항공에 흘러가는 구조여서 사실상 (대한항공에) 유출되는 현금은 없다"라며 "증자로 (자본총계가 늘어나면서) HIC의 부채비율은 기존 2108%에서 61%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또 다른 100% 자회사 왕산레저개발(해양스포츠 복합리조트 운영)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출자 규모는 총 406억원(보통주 812만주) 규모다. 왕산레저개발도 이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체결한 자금보충약정에 따라 왕산레저개발의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지원이 이들 계열사들을 매각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겠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본 수혈을 통해 자회사들의 재무건전성을 회복해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이야기다. 코로나 이후 관광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시점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측은 HIC 매각설엔 선을 그었다. 다만 왕산레저개발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이사회에서 왕산레저개발 지분 전량 매각 추진을 결의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HIC는 향후 금융비용 절감 및 경영정상화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며 매각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왕산레저개발은 과거부터 매각을 추진해왔고 이에 대해 검토는 계속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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