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이후 QLED(퀀텀닷 디스플레이) TV에 집중해왔지만, 10년 만에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다시 출시했다. 올레드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 수율이 높아진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전체 TV 판매량에선 전 세계 1위를 유지해왔지만, 올레드 TV 시장에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레드 TV 시장은 LG전자가 꾸준히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장이다. 올해 삼성전자가 올레드 TV 시장에 재도전하면서 앞으로 LG전자와의 맞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레드로 QLED 지원 사격 나선다
삼성전자가 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3년형 TV 신제품 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QLED TV 7종, 올레드 TV 3종을 선보였다.
올해 출시할 네오 QLED 제품군의 가장 큰 특징은 TV의 두뇌인 화질 프로세서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이번 네오 QLED 8K엔 '네오 퀀텀 프로세서 8K'를 탑재해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 기능을 강화했다. 업스케일링이란 TV에 내장된 칩이 기존 영상에서 부족한 화소를 채워 넣어, 화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새로운 화질 기술 '명암비 강화 Pro' 기능도 추가했다. 이 기능은 화면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부분을 감지해 사물이나 인물, 특정 영역을 분석하고 명암비를 강화해 영상의 깊이감을 더한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3년형 네오 QLED TV는 사운드 기술이 강화됐다. '사운드 최적화 Pro' 기능은 AI가 오디오 믹싱 환경과 가정의 청취 환경 차이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TV가 원래 의도와 가장 가까운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제일 관심을 끈 제품은 올레드 TV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올레드 TV를 출시했지만, 수율 문제와 수익성 부족으로 사업에서 철수했다. 약 10년 만에 국내 시장에 재도전하는 셈이다. 올레드 TV 라인업은 77·65·55형 등 총 3가지 사이즈로 구성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올레드 TV는 '뉴럴 AI 퀀텀 프로세서 4K'를 탑재해 저화질 영상을 4K(3840x2160)급 화질로 업스케일링이 가능하다. 또 '올레드 브라이트니스 부스터' 기능을 통해 기존 올레드 패널 대비 밝기 성능을 향상했다.
올해 신제품들은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 싱스(SmartThings)'를 중심으로 연결성도 대폭 강화됐다. TV를 통해 집안에 연결된 스마트싱스 기기들의 상태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3D맵뷰' 기능 탑재했다. 이 밖에도 TV로 영상 통화를 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삼성전자 '10년 차' 극복할까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올레드 TV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LCD 기반의 QLED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다시 올레드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전체 TV 판매 부진 속에서도 올레드 TV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지난해(2억325만대)와 비슷한 수준인 2억712만대로 예상했다. TV 출하량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2020년 2억2535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감소했다. 이에 비해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 수는 약 741만대로 전년(약 651만대) 대비 13.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퀀텀닷)-올레드 패널 수율이 높아졌다는 점도 올레드 시장에 다시 진출한 이유다. 당초 삼성전자는 패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가 아닌 북미와 유럽 등 일부 지역에만 올레드 TV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디스플레이가 QD-올레드 수율을 90% 이상까지 끌어올리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할 여력이 생겼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시장 진출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백선필 LG전자 HE사업본무 상무는 8일 LG전자 올레드 TV 출시 행사에서 "경쟁사들의 OLED 시장 진출은 그만큼 OLED의 우수성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LG전자가 보여준 자신감의 배경엔 높은 시장점유율이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전체 올레드 TV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올레드 TV 시장 점유율은 5% 정도다. 지난해 전체 TV 판매량에선 삼성전자가 1위를 기록했지만, 올레드 분야에선 LG전자가 앞서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당분간은 올레드 TV보다는 기존 주력 제품인 QLED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마케팅 전략도 QLED를 중심으로 최대한 많이 팔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는 올레드 라인업을 하나 추가한 것일 뿐, 앞으로 올레드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