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이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상업용 우주 정거장을 건설 중인 미국 기업과 합작사(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
보령은 21일 서울 본사에서 제59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액시엄)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는 "전날 액시엄과 한국에 조인트벤처를 세우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부 사항은 두 달간 양사가 합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보령은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우주 공간에서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CIS(Care In Space) 챌린지를 진행했다.
미국 액시엄에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액시엄은 10년 내 해체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를 대체할 상업용 우주 정거장을 건설 중인 기업이다. 보령은 지난해 2월 액시엄에 1000만달러(약 129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12월 5000만달러(약 651억원)를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 보령 관계자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하지 않았지만 핵심은 액시엄이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에서 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액시엄과 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액시엄과 진행하는 모든 우주 헬스케어 관련 사업은 합작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령의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우주 헬스케어 사업이 기존 제약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머크(MSD)나 아스트라제네카(AZ),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는 일찌감치 우주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단백질 결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는 만큼, 균질하고 순도 높은 약물을 개발할 수 있어서다.
다만 투자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령이 액시엄에 투자한 총금액(약 780억원)은 지난 2021년 보령 자기자본(약 5164억원)의 15%를 넘는 규모다. 같은 해 영업이익(566억원)도 뛰어넘는 수치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주는 신약 개발에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투자 규모가 다소 크다고 판단한다"면서 "후속 투자 시 재무 변동성 확대가 우려돼 커버리지에서 제외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보령 주가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 진출 발표 이후 대폭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1만원대에 거래됐던 주가는 액시엄 추가 투자를 발표한 뒤 20% 이상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0.48% 오른 841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