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위탁개발(CDO) 사업에서 위탁생산(CMO)으로 이어지는 매출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과 유사하다. CDO는 CMO보다 수익성은 낮지만 CMO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스위스 엑셀진과 CDO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엑셀진은 2001년에 설립된 세포주 개발 전문 기업이다. 전임상과 임상 단계의 세포주를 개발하고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독점 세포 플랫폼을 활용해 연간 100개 이상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세포주도 개발할 수 있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 10곳 중 6곳을 포함해 100곳 이상 고객사에 세포주 개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세포주: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 항체는 적절한 공간을 만들어주면 무한 증식하는 특성을 가짐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의약품 세포주 개발부터 대규모 CMO까지 CDMO 서비스의 전 주기(End-to-End)에 걸쳐 협력할 계획이다. 엑셀진은 세포주 개발, 고수율 공정 개발 등 CDO 서비스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보관, 임상·상업용 의약품 생산 등 CMO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부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CDMO 사업은 크게 CMO 사업과 CDO 사업으로 나뉜다. CMO 사업은 주로 후기 임상이나 상업용 제품 생산을 담당한다. CDO 사업은 CMO 사업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세포주나 생산 공정, 제형 및 분석법 개발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후보물질이 있어도 자체 세포주와 공정 개발 역량이나 시설이 부족한 중소 기업이 주로 찾는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의 수익률은 20~40%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처럼 대량 생산하는 CMO의 수익률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CDO 사업은 CMO 사업보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 CDMO 사업은 대량 생산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CDO 사업의 경우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다만 CDO 사업을 통해 CMO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 고객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기존 협력사에 상업용 물량의 CMO 수주를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도 CDO 사업을 앞세워 CMO 사업 확장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지난 2018년 CDO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 자체 개발 플랫폼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생산 시설은 CMO 수주만 가능하다. 회사는 지난 1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서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서 항체의약품 C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어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체-약물 결합체(ADC) 등으로 CMO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공장 증설 계획도 내놨다. 회사 측은 "CDO의 경우 이번 계약처럼 여러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공장 증설 등 CDO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